러 전문가들 "북미협상 결렬 실패로 단정 못해, 협상 계속될 것"

입력 2019-02-28 21:33  

러 전문가들 "북미협상 결렬 실패로 단정 못해, 협상 계속될 것"
"양보 규모 합의 못한 것이 결렬 원인…한반도 정세 악화하지는 않을 듯"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28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성과 없이 끝나긴 했지만 큰 실패라고 보긴 어려우며, 앞으로 북미 간 협상이 중단되거나 한반도 정세가 악화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산하 국제경제·국제관계 연구원(IMEMO) 부원장 바실리 미헤예프는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하노이 북미 회담이 구체적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어느 쪽에도 실패라고 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 이유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입장에선 앞으로 회담을 계속하기로 했고 평양에 미국 연락사무소를 개설하는 얘기까지 나왔기 때문에 성공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협상을 서두르지 않겠다고 강조해온 만큼 완전한 실패라고 부를 순 없다"고 지적했다.
미헤예프는 향후 한반도 정세 전망과 관련 "가까운 미래에 한반도 정세가 악화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김정은 위원장은 미국의 군사적 공격 위험을 차단하는 한편 대북 제재 완화를 기대하고 있기 때문에 핵·미사일 시험을 재개하는 등의 도발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도 자국 내 정쟁 과정에서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강한 지도자 이미지를 각인시키려 애쓰는 동시에 협상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얘기도 계속해 왔다"면서 당장 대북 강경 노선으로 선회하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미헤예프는 그러면서도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가능성에는 회의적 견해를 표시했다.
그는 "북한의 전략적 목표는 인도와 같은 사실상의 핵보유국 지위를 획득하는 것"이라면서 "전술적으론 이미 낡은 영변 원자로 폐기와 같은 일정한 양보를 통해 제재 해제와 경제적 지원을 얻고, 수소탄 실험 등의 핵 프로그램 진전을 위한 기술적 시간을 버는 것이 목표"라고 주장했다.
알렉산드르 보론초프 러시아과학아카데미 동방학연구소 한국몽골과장은 전화 인터뷰에서 "회담에서 구체적 합의가 나오지 못한 것은 실망스러운 일"이지만 "지나친 비관론에 빠질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측도 회담이 생산적이었다고 말했고 외교적 협상을 계속하겠다는 뜻도 밝혔다"면서 "북미 지도자가 만나 서로를 존중하면서 각자의 입장을 교환했다는 것만으로도 중요한 성과"라고 주장했다.
보론초프는 협상 결렬 이유와 관련 "양측이 모두 양보에 대한 의지를 밝혔지만 양보의 규모에 대해 합의하지 못한 것이 원인"이라면서 "각자가 상대에게 줄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요구한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러시아민족우호대학(RUDN) 산하 전략연구소 부소장 니키타 다뉵은 자국 TV 방송 RT와의 인터뷰에서 "양측 모두 이번 회담의 목표를 괄목할 결과 도출에 두지 않았다"면서 "그러한 결과에 도달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에게나 김정은에게나 최종결과가 아니라 과정이 중요하다"면서 "양측 모두 그들이 만나고 있고 대화를 하고 있고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을 과시하는 것에 관심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가까운 시일 내에 북미 간에 파격적이라 부를 수 있는 합의나 문서들이 도출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모스크바 고등경제대학 법학부 교수 알렉산드르 돔린은 자국 신문 '이즈베스티야'에 "김정은이 핵무기를 완전히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점을 고려하면, 미국 쪽에서 기대를 너무 많이 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cjyou@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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