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수수·배임 등 혐의…네타냐후 "마녀사냥…검사들, 좌파에 굴복"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 이스라엘 검찰총장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뇌물수수와 배임 및 사기 등 부패혐의로 기소할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아비차이 만델블리트 검찰총장은 28일(현지시간) "수사 과정에서 수집된 증거를 철저히 검토한 끝에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기소를) 결정했다"고 성명을 내놓았다.
만델블리트 검찰총장은 네타냐후 총리의 불법행위에 대해 2년 이상의 금융당국 조사, 경찰·검찰 수사 끝에 이러한 결정을 내렸다고 AP 통신과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네타냐후 총리의 실제 기소 여부는 청문 절차(hearing)에 달려 있으며, 이는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스라엘법 상 네타냐후 총리는 청문 절차를 통해 자신을 방어할 기회를 가진다.
네타냐후 총리는 수년간 할리우드 유명 영화제작자 아논 밀천과 호주 사업가 제임스 패커 등으로부터 샴페인과 시가 등 26만4천 달러 상당(3억원)의 선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일간지 예디오트 아흐로노트 발행인과 막후 거래를 통해 우호적인 기사를 대가로 경쟁지 발행 부수를 줄이려 한 혐의, 뉴스 웹사이트 '왈라'의 소유자에게 마찬가지 부탁을 하고 특혜를 제공한 혐의도 받는다.
만델블리트 검찰총장의 이날 발표는 4월 9일 총선을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나왔다는 점에서 이스라엘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5선에 도전하는 네타냐후 총리에게 반대파들은 "즉각 물러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이스라엘회복당'(Israel Resilience Party·IRP)을 창당한 베니 간츠는 "이스라엘이 파트타임 총리를 가질 여유가 없다. 총리가 국가적으로 민감한 문제들을 다루면서 법정에도 서야 하는 상황을 상상해 보자"며 사임을 촉구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밤 TV 연설을 통해 "4월 9일 총선에서 낙선시키려는 정적들에 의한 전례 없는 마녀사냥"이라며 "검찰총장의 결정이 나온 시점이 어처구니없다. 검사들이 좌파의 압력에 굴복했다"고 정면으로 맞섰다.
네타냐후 총리는 때때로 감정에 호소하면서 이번 사건을 '피의 비방(blood libel)'이라 칭하고, 자신의 모든 혐의가 틀렸음을 드러내 총리로 남겠다고 약속했다.
'피의 비방'은 중세시대 반유대주의에서 유래한 용어로, 특정인에 대한 부당한 비방을 뜻한다.
네타냐후 총리는 "불안정한 계획(house of cards)은 무너질 것"이라며 "마녀사냥에 영향을 받지 말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만약, 네타냐후 총리가 재선에 성공한 뒤 실제 기소되더라도 총리직을 사임할 의무는 없다. 하지만, 국가를 운영하면서 동시에 재판을 받는 것은 어렵기에 사퇴압박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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