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진 국적·소속사 일일이 확인…웜비어·김정은 답방 질문은 답 안해
(하노이=연합뉴스) 특별취재단 =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뒤 적막감마저 감돌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머무는 멜리아 호텔은 1일(현지시간) 0시를 앞두고 갑자기 술렁이기 시작했다.
북측이 이번 회담 결렬과 관련해 입장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연다는 소문이 삽시간에 퍼지면서 호텔 인근에 취재진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이날 전격적인 회견은 베트남 외교부에 남측 등 언론사에 핵 담판 결렬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는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통보해달라고 요청해 열린 것으로 파악됐다.
리용호 외무상은 이날 0시 10분께 호텔 1층의 회의실에 마련된 회견장에 굳은 표정으로 입장했다. 뒤이어 최선희 외무상 부상, 통역사가 차례로 입장했다.
자리를 잡은 리 외무상은 이내 재킷 안쪽 주머니에서 미리 준비해온 기자회견문을 꺼내 작심한 듯 한줄씩 천천히 읽어내려갔다.
리 외무상의 발언은 통역을 포함해 7분가량이었고, 최 부상의 질의응답까지 포함하면 회견은 약 13분 동안 진행됐다.
최 부상은 리 외무상이 준비한 기자회견문을 낭독 후 질문을 받지 않고 퇴장한 뒤에도 회견장에 남아 취재진에 둘러싸여 질문 세례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북측이 미국에 해제해달라고 요구한 유엔 제재 결의안 5건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인지 묻는 말에 결의안 번호를 나열해 답하다가 순간적으로 기억이 안나는 듯 멈칫하기도 했다.
북한에 억류됐다가 석방 직후 사망한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건 등 북측이 민감하게 여기는 질문에는 답을 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과 관련해서도 "주제와 관련 없는 내용"이라며 답을 피했다.
한편, 이날 회견에 앞서 북측 경호원들은 호텔 로비에서 취재진들의 국적과 소속사, 이름 등을 일일이 기재했다.
로비에 설치된 보안검색대를 이미 거친 기자에게도 추가로 몸수색을 받을 것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서방 언론 소속으로 추정되는 취재진의 출입이 제지돼 실갱이가 벌어지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shin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