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이 제재해제 조건으로 제안한 건 '영변 핵시설 일부 폐쇄'"
'일부 제재해제 요구'·'영변 핵시설 완전한 폐기' 北 주장과 배치
(하노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미국 국무부 고위당국자는 1일 북한이 영변 핵 시설의 폐기에 대한 상응 조치로 요구한 것은 무기에 대한 제재를 제외한 사실상 모든 제재에 대한 해제였다며 북한의 '일부 해제 요구' 주장을 '말장난'이라고 규정하며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이 당국자는 이날 필리핀에서 기자들과 만나 리용호 외무상의 발언과 관련, "그동안 관련 논의 과정에서 그들은 어제 리 외무상이 말한 대로 민수경제와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들만 먼저 해제하라는 단서를 달았으며, 미국측은 북미간 실무협상 과정에서 북한측에 이에 대한 정의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사항을 살펴보면 이들 제재는 금속 제품과 원자재, 운송수단, 해산물, 석탄 수출품, 정제유 수입품, 원유 수입품 등 그 대상 범위가 넓다"며 "우리는 북측에 정확히 뭘 의미하는지 물었고, 이는 기본적으로 무기를 제외한 모든 제재를 아우르는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직후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미국에 전면적 제재해제를 요구했다고 밝히자,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심야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전면적인 제재 해제가 아니고 일부 해제, 구체적으로는 유엔 제재 결의 11건 가운데 2016∼2017년 채택된 5건, 그중에 민수경제와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들만 먼저 해제하라는 것"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그러자 국무부 당국자가 "분명히 하겠다"며 리 외무상의 발언을 재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이 당국자는 "나는 그들(북한)이 말장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I think they’re parsing words)"라며 "그들이 요구한 건 기본적으로 모든 제재의 해제이다. 그것이 그들이 요구하고 있는 바"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그들이 이러한 요구를 언제 했느냐'는 질문에 이러한 요구가 처음으로 떠오른 건 정상회담에 앞서 이뤄진 실무협상 기간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우리는 이를 면밀히 검토했고, 그들에게 그렇게 되긴 힘들 것이라고 설명해줬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 당국자는 북한이 이러한 제재해제를 조건으로 영변 핵 시설 폐기를 제안했다면서 "북한이 우리에게 제안한 것은 영변 단지 일부의 폐쇄였다"고 주장했다.
이 역시 북한이 영변 핵시설 전체에 대한 '완전한 영구적 폐기'를 제안했다는 리 외무상의 설명과는 배치되는 것이다.
이 당국자는 이와 함께 "영변 핵시설 역시 어떻게 규정할 것이냐가 중요한 문제이다. 영변 핵시설은 1990년대 초부터 북한 핵무기 프로그램의 핵심에 자리 잡고 있었고, 많은 기관과 건물, 부속 건물 등을 아우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미국 측은 북측에 영변 핵시설 폐기 제안에 대한 정확한 개념을 요구했으나 북한 측은 이를 설명하는 데 애를 먹었다고 이 당국자는 전했다.
이 당국자는 또한 "우리가 직면한 딜레마는 북한이 현시점에서 그들의 대량파괴무기(WMD)에 대해 완전한 '동결'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는 점"이라며 "따라서 우리가 제재 완화에 따라 북한으로 흘러 들어가는 수십억 달러의 돈으로 현재 진행 중인 북한의 WMD 개발을 지원하는 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그는 북한의 요구대로 제재를 해제해줄 경우 압박 캠페인은 무력화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이날 북한의 영변 핵시설 폐기 제안과 관련, "북한이 영변에 대해 꽤 광범위하게 하려고 했다"면서도 "그들이 내놓으려고 준비한 것의 전체 범위에 관해 여전히 전적으로 명확하지는 않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북이 기본적으로 전면적 제재 해제를 요구했다는 말이 맞는다"고 주장했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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