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에 지도자 시작…"배구 자체보다 지도자 직업이 좋아"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선수로 뛰어본 적이 없어요."
한국배구 대표팀 최초 외국인 사령탑 스테파노 라바리니(40·이탈리아) 감독은 1일 서울 호텔리베라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배구 지도자의 길을 걸은 특이 경력을 소개했다.
그는 16세에 지도자의 길을 걸은 '천상 지도자'다. 많지 않은 나이에 벌써 지도자 경력이 24년째다.
라바리니 감독은 "좋은 선수가 아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일찍 지도자가 됐다. 이 자리에 계신 김호철 남자배구 대표팀 감독은 뛰어난 선수여서 늦게 지도자가 되셨지만, 저는 그렇지 않아서 일찍 지도자가 됐다"며 웃었다.
그는 "한 번도 배구를 해본 적이 없다. 선수로 뛰어본 적 없고 연습도 안 해봤다. 일평생 배구를 한 적이 없다"고 말하며 어떻게 배구와 인연을 맺었는지 궁금증을 자아냈다.
1979년 이탈리아 오메냐에서 태어난 그는 "내가 태어난 이탈리아 소도시의 어린 여학생들 사이에서는 배구가 유행이었다. 학생들이 배구하는 모습을 많이 보면서 흥미가 생겼다. 그러면서 배구 경기를 많이 찾아가 보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다가 어느 유소년 팀 감독이 자신을 도와달라고 하면서 지도자의 길이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1995년이었다.
라바리니 감독은 "그때 코치 일을 제의하고 저를 이끌어주신 분은 제 롤 모델이 됐다. 그 이후로 여기저기 감독과 코치로서 좋은 경험을 했다"고 떠올렸다.
라바리니 감독은 "배구라는 운동 자체를 좋아해서 감독이 된 게 아니라, 감독직에 큰 매력을 느껴 여기에 있다"며 "감독으로서 팀을 이끌고, 선수들을 관리하고, 더 큰 꿈을 향해 나가는 역할에 매료돼 있다"고 강조했다.
라바리니 감독은 이탈리아 클럽팀과 청소년 여자대표팀, 독일 여자대표팀 등을 두루 거쳤다.
이탈리아 청소년 대표팀 코치로 2003년과 2007년도 유럽청소년선수권대회 금메달, 2005년도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 4위의 성적을 냈다.
2017년부터는 브라질 벨로호리존테의 미나스테니스 클럽에서 감독으로 활동 중이며 2002∼2003년 이탈리아 노바라 클럽에서 랑핑 감독과, 2005∼2006년에는 지오바니 귀데티 감독과 함께 코치로 일하기도 했다.
라바리니 감독은 "모든 경험이 다 좋았다. 어렸을 때 유소년 여학생 배구팀을 지도하면서 이탈리아 선수권에서 많은 승리를 거두는 팀을 만들었다. 다른 팀은 어떨까, 리그 최강의 팀은 어떨까 등을 생각하면서 꿈이 커졌다"고 돌아봤다.
그는 "국내에서 꿈을 이루고는 해외로 갔다. 유소년 팀, 이탈리아 팀, 브라질 팀을 떠나 모든 경험이 저에게 값지다"고 말했다.
라바리니 감독은 이제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을 이끌고 2020 도쿄올림픽을 향한 여정에 나선다.
그는 "나의 꿈은 한국배구가 꾸는 꿈보다 더 크다"며 목표를 이루겠다고 다짐했다.
라바리니 감독은 자신을 보좌할 외국인 코치진도 데리고 올 예정이다.
그는 먼저 "견고한 역사를 가진 한국배구가 외국인 지도자를 선임하기는 쉽지 않은 일인데, 잘한 결정이라 생각한다. 한국배구는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하지만, 다른 나라는 어떤 훈련을 하고 어떤 전술을 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매년 배구는 변하고, 선수들의 신체 조건과 전술도 변한다"고 자신의 역할을 설명했다.
이어 "제 배구 철학과 생각을 한국에 잘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은 저와 함께한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기술과 역량, 전술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트레이너를 데리고 오려는 것"이라며 "제 스타일의 배구를 잘 실현하고 한국에 잘 이식할 사람들"이라고 예고했다.
라바리니 감독은 "선수들의 키는 점점 커지고, 점프는 높아진다. 스파이크도 세진다. 여자배구도 남자배구의 흐름을 따라가고 있다. 그 흐름을 잘 따라가고 대처하려면 전문팀이 필요하다"며 여자배구에 새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abbi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