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대표 선출해 전열 재정비…진가레티 라치오 주지사 당선 유력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작년 3월 총선에서 굴욕적 패배를 당하며 포퓰리즘 세력에게 정권을 넘긴 이탈리아 중도좌파 민주당(PD)이 새로운 당 대표를 뽑고 당의 재건을 본격화한다.
1일(이하 현지시간) 일간 코리엘레델라세라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PD는 오는 3일 전국 7천 곳에 투표소를 마련해 당을 새롭게 이끌 대표를 선출할 예정이다.
PD의 대표직은 총선 이튿날인 작년 3월 5일 마테오 렌치 전 대표가 사퇴한 뒤 약 1년간 공석으로 남아있었다.
2014년 2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총리를 지낸 렌치 전 대표는 상하원 의원을 뽑는 지난 총선에서 PD의 득표율이 역대 최저인 약 19%에 그치자 패배의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PD는 당시 창당 9년의 신생 정당인 '오성운동'(득표율 약 33%)에 멀찌감치 밀리는 동시에, 2013년 총선에서는 지지율 5%를 밑돌던 극우정당 '동맹'(득표율 약 17.4%)에 바짝 쫓기는 수모를 당했다.
오성운동과 동맹은 총선 후 상이한 철학과 지지기반에도 불구하고, 연립정부를 구성해 서유럽 최초의 포퓰리즘 정부를 탄생시킨 바 있다.
PD는 렌치 전 대표의 사퇴 이후 렌치 정부에서 농업장관을 지낸 마우리치오 마르티나 임시대표 체제로 운영됐으나, 당내 계파들의 주요 현안에 대한 이견 속에 어수선한 상황이 계속되며 좀처럼 전열을 재정비하지 못해왔다.
PD 재건의 중책을 맡을 새로운 대표 후보로는 니콜라 진가레티 라치오 주지사, 마르티나 전 농업장관, 로베르토 자케티 전 로마시장 후보 등 3인이 나섰다.
이 가운데, 작년 3월 총선 때 함께 실시된 지방선거에서 로마를 품고 있는 라치오주 주지사로 재선에 성공한 진가레티 후보의 경선 승리가 유력한 것으로 현지 언론은 전망하고 있다.
진가레티 주지사는 당 대표 선거를 사흘 앞둔 지난달 28일 민영 보도채널 'SKY TG24'에서 실시한 TV토론회에서 다른 후보들과 달리 지난 몇 년간 PD의 터줏대감 노릇을 하던 렌치 전 총리와 확실한 거리를 둬 눈길을 끌었다.
렌치 전 총리는 지난 달 부모가 부패 혐의로 경찰에 가택 연금을 당하며 개인적으로도 어려운 처지에 몰려 있는 상황이다.
진가레티 주지사는 이날 토론회에서 지난 총선 전 PD를 탈당해 새로운 좌파정당 자유평등당(LEU)을 창당한 피에르 루이지 베르사니 전 대표 등 중도좌파 세력을 규합해 중도좌파의 외연을 넓히겠다는 구상도 제시했다.
이날 TV토론에서는 세 후보 모두 반체제 정당인 오성운동과는 앞으로도 연대할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한편, PD 원로 정치인인 로마노 프로디 전 총리는 최근 영상 메시지를 통해 PD뿐 아니라 이탈리아의 새로운 변화를 위해 이번 대표 선거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줄 것을 국민에게 호소했다.
그는 "현 정부를 구성한 두 정당(오성운동·동맹)은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채 싸움만 하고 있고, 다른 유럽 친구들로부터 이탈리아를 갈라놓고 있다"며 "오직 PD만이 이들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위기에 빠진 정치를 변화시키기 위해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당원뿐 아니라 PD의 정책에 공감하는 일반 시민들도 참여하게 되는 이번 PD 당 대표 경선에는 약 100만명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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