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올림, 설악산 울산바위서 추모제 열어…6일 서울서 12주기 행사
(속초=연합뉴스) 이재현 기자 = "12년 전 딸의 유골을 뿌릴 때는 너무 억울하고 외로웠는데, 이제야 '삼성 반도체 백혈병' 논쟁의 마침표를 찍게 됐다. 많은 분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시민단체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황상기 대표와 회원 등 50여 명은 2일 강원 속초시 설악산 울산바위가 마주 보이는 신선대를 찾았다.
2007년 3월 6일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 라인에서 근무하던 중 급성 골수성 백혈병으로 사망한 고(故) 황유미(당시 23세)씨의 12주기를 앞두고 추모 행사를 하기 위해서다.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 반올림 대표는 12년 전 설악산 울산바위에 딸의 유골을 뿌려 딸을 이곳에 잠들게 했다.
황유미씨의 사망으로 촉발된 이른바 '삼성 반도체 백혈병' 논쟁이 지난한 과정 끝에 11년 만인 지난해 11월에서야 비로소 종지부를 찍었다.
황유미씨가 숨진 이듬해인 2008년 3월 결성된 '반올림'은 황상기씨와 함께 반도체 사업장에서의 백혈병 등 질환 발병과 관련한 문제 해결을 위해 힘든 싸움을 했다.
반올림은 이 과정에서 속초와 서울을 오가며 투쟁한 황상기 반올림 대표의 노고를 위로하고, 황유미씨에게 그간의 일들을 설명하기 위해 이날 추모 행사를 갖기로 한 것이다.
반올림 회원 등이 황유미씨가 잠든 설악산 울산바위를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황상기 반올림 대표도 고단한 싸움 탓에 딸이 잠든 곳에서 추모 행사를 열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는 지난한 논쟁을 끝내고서 맞은 첫 주기인 셈이어서 그 의미가 크다.
이날 행사에는 삼성전자 LCD 공장에서 일하다 뇌종양에 걸려 투병 중인 한혜경씨 어머니 김시녀씨와 지난해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숨진 김용균씨 고(故)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도 참석했다.
또 일본 오사카 노동 안전센터 소속 일본인 등 8명도 함께 했다.
이들은 황유미씨가 잠든 울산바위가 보이는 신선대에서 제를 올리고, 힘든 투쟁의 시간을 보낸 회원들을 서로 격려했다.
반올림 상임활동가 권영은씨는 "삼성 반도체 백혈병 문제의 올바른 해결을 위해 11년간 싸워온 많은 분을 위로하기 위해 이 행사를 마련했다"며 "반도체·전자산업 산재 사망 등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를 풀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황상기 반올림 대표는 "12년 전 딸의 유골을 뿌릴 때는 너무도 억울하고 아무도 도움을 주는 곳이 없어 외로웠다"며 "많은 분의 도움과 노력으로 이제야 제 딸 유미에게 했던 약속을 지키게 돼 기쁘지만, 마음 한편에는 유미와 제 가족이 겪었던 아픔은 잊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한편 고 황유미씨의 12주기 행사는 오는 6일 서울 조계사 전통문화예술 공연장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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