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살부터 56년 복역한 美미시간 최장기수 석방…케네디때 수감

입력 2019-03-02 15:11  

17살부터 56년 복역한 美미시간 최장기수 석방…케네디때 수감
"미성년자에 가석방 없는 종신형 선고 위헌" 연방대법원 판결 소급 적용



(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 17세 때 살인을 저질러 미국 미시간 주 법원으로부터 '가석방 없는 절대적 종신형'을 선고받고 56년 이상 복역한 70대 남성이 재심을 통해 자유의 몸이 됐다.
1일(현지시간) 현지 언론들은 "미시간 주 최장기수 셸드리 탑(74)이 전날 석방됐다"며 그가 수감된 1962년 당시 미국 대통령은 존 F.케네디였다고 전했다.
보행 보조기에 의지해 교도소 문을 나온 그가 마중 나온 동생과 함께 제일 먼저 간 곳은 인근 스테이크 하우스. 그는 "내일 어떤 기분이 들지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정말 기분이 좋다"고 석방 소감을 밝혔다.
2016년 뇌졸중으로 쓰러져 후유증을 앓고 있는 그는 수감기간 옥바라지를 해준 가족과 함께 지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탑은 1962년 미시간 주 오클랜드 카운티의 가정집에 침입, 흉기를 들고 집안을 뒤지다가 주인 찰스 데이비스(50)가 나타나자 몸싸움 끝에 살해했다. 그는 데이비스의 차를 타고 도주한 지 2주 만에 시카고에서 체포돼 법원에서 사면·가석방 없는 절대적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1987년과 2008년 인권 단체의 도움을 받아 사면 청원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탑의 운명을 바꿔놓은 것은 2012년 연방 대법원의 판결이다.
연방 대법원은 "아무리 살인범이라 하더라도 미성년자에게 가석방 기회조차 없는 절대적 종신형을 선고하는 것은 '잔인하고 비정상적인 처벌'"이라며 위헌 판결을 내렸다.
이어 2016년 이 판결이 소급 적용될 수 있어야 한다고 권고, 탑에게도 석방 기회가 주어졌다.
지난달 26일 열린 재심에서 검찰은 가석방 없는 종신형 유지를 주장했다.
하지만 제임스 알렉산더 판사는 탑에게 징역 40~60년을 선고하고 교정당국으로부터 모범수로 인정받은 점을 감안, 10년 감형 판결을 내렸다. 이로써 이미 56년 이상 복역한 탑은 석방 자격을 얻었다.
경찰 수사 결과 탑은 어려서부터 아버지로부터 폭행을 당하고, 12세 때부터 정신질환 치료소를 드나든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전기충격요법과 수치료 등을 받다가 범행 당일 미시간 주 폰티악의 정신병원에서 탈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정 당국은 탑이 수감된 후 정신건강 재활 프로그램을 이수하고, 학과 과정을 들었으며, 다양한 들일을 했다고 전했다.
탑은 "처음엔 석방을 기대하며 시키는 일들을 했다"면서 "그러나 여러 가지 일들을 배우고 해나가면서 많은 깨달음을 얻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기에 앞서 연락이 닿았고 서로를 조금쯤 이해할 수 있게 됐다"면서 "매년 생일카드를 주고 받는 관계로까지 회복됐다"고 말했다.
연방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아직 미국 29개 주에서 미성년자에 대한 가석방 없는 절대적 종신형 선고를 허용하고 있다.
인권 옹호단체 '센텐싱 프로젝트'(The Sentencing Project)는 2012년 연방 대법원 판결에 즈음해 "가석방 없는 절대적 종신형을 선고받은 미성년자 가운데 47%가 신체적 학대를 당한 경험이 있고, 특히 미성년 여성 가운데 77%는 성적 학대를 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힌 바 있다.

chicagor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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