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국회 질의에서 질문와 다른 답변을 내놓는 '신호무시 화법'을 계속하고 있다는 비판이 또 제기됐다.
도쿄신문은 3일 개회 중인 일본 정기국회에서 아베 총리의 발언을 화제가 되고 있는 '신호무시 화법'의 틀로 분석한 결과를 내놨다.
신호무시 화법은 작년 이누카이 준이라는 평범한 30대 회사원이 아베 총리의 국회 답변을 적색, 황색, 청색 신호등의 신호를 붙여 분석한 것이 화제가 된 뒤 유행하는 표현이다.
질문과 상관없는 답변을 할 때 적색, 질문 내용을 답변에서 반복할 때 황색, 질문에 대해 제대로 답변할 때 녹색으로 분류했더니 적신호 34%, 황신호 41% 등 질문의 75%에 대해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분석이 작년 나왔었다.
도쿄신문은 이누카이 씨에게 의뢰해 올해 정기국회에서 아베 총리의 답변에 대해 같은 틀로 분석하게 했더니 작년 상황과 다를 게 없는 결과가 나왔다.
지난달 4일은 70%가, 같은달 13일은 65%가 신호무시 화법이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아베 총리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명확하게 내놓지 않으면서 애매하게 얼버무리는 화법으로 야권 등으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
작년에는 '신호무시 화법'이라는 표현 외에 '밥(ご飯·고항) 논법'이라는 단어도 유행어가 됐다.
'밥 논법'은 '밥(식사)을 먹었느냐'고 질문하면 '쌀밥을 먹었느냐'고 물은 것처럼 논점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바꿔서 '밥(쌀밥)을 먹지 않았다(빵은 먹었지만)'고 강변하는 식으로 아베 총리가 말장난을 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나온 말이다.
아베 총리는 최근에는 국회 답변 과정에서 "내가 국가다"라는 오만한 발언을 해 비판을 받고 있다.
그는 지난달 28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통계 조작 문제에 대해 '국가의 위기가 될 수 있다'는 야당 의원의 비판에 대해 "내가 국가다. 총리에게 국가가 위기냐는 중대한 발언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주요 언론들은 이 발언을 크게 문제삼고 있지 않고 있지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는 프랑스 전제 군주인 루이14세를 연상시키는 오만한 발언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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