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기시험 대신 봐주고 기능시험 땐 코스안전요원이 운전
법원 "자격·실력 못갖춘 사람에 면허…사고 위험성 키워 생명침해 위험"
(서울=연합뉴스) 최평천 기자 = 운전면허시험관이 대리시험과 전산 조작을 통해 응시자들의 면허 취득을 도와줬다가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응시자들은 기능·필기시험을 보지도 않고 면허증을 땄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조병구 부장판사)는 위계공무집행방해·부정처사후수뢰·공전자기록등위작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전직 경찰관 한모(57)씨에게 징역 3개월에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고 4일 밝혔다.
도로교통공단 소속으로 수도권의 한 운전면허시험장에서 시험관으로 근무한 한씨는 2015년 9월부터 2018년 2월까지 6차례 대리시험과 전산 조작 등을 통해 불법으로 운전면허 취득을 도와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한씨는 2015년 9월 A씨로부터 1종 대형 면허를 따도록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고 기능시험 때 A씨 대신 코스 안전요원이 운전하도록 했다.
한씨는 코스 안전요원에게 코스 점검을 해야 한다며 A씨가 탑승해야 할 시험용 차를 운전하도록 했다. 그는 안전요원의 주행 결과가 나온 뒤 A씨가 기능시험을 본 것처럼 꾸몄다.
A씨는 이와 같은 방식으로 실제로는 기능시험을 보지도 않고 1종 대형과 1종 특수 면허를 취득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씨는 학과 시험(필기)에서는 직접 대리시험까지 봐주며 면허 취득을 도와줬다.
2016년 12월 B씨로부터 1종 보통 면허에 합격시켜달라는 부탁을 받고 학과 시험에서 B씨 자리에 대신 앉아 시험을 치렀다. B씨는 1종 보통 면허를 취득했다.
한씨는 합격 대가로 A씨로부터 시가 17만5천원 상당의 사과 5박스와 배 5박스를 받는 등 총 4명으로부터 49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부정한 방법으로 정당한 자격과 실력을 갖추지 못한 사람이 운전면허증을 발급받을 수 있도록 해준 것"이라며 "교통사고 위험성을 키워 자칫 일반 교통 이용자의 생명과 재산을 침해할 위험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은 합격 대가로 금품을 받고 범행을 반복했다"며 "공적 증명서에 대한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판시했다.
단, 재판부는 한씨가 이미 비슷한 범행으로 기소돼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형이 확정된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약 23년간 경찰관으로 성실하게 근무해 온 것으로 보이는 점과 범행으로 취한 이득이 크다고 보이지 않는 점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한씨는 재판에 불복해 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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