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원·송파, 경기 용인·수원 등에 개학연기 많아
'대안 원천봉쇄 갑질' 학부모 분노…"엄단해야" 여론 커져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개학연기 유치원들이 유아가 많고 교육열이 높은 지역에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수요 대비 '돌봄공급' 여력이 적어 아이 맡길 곳을 찾기 어려운 지역에서 유치원들이 '갑질'을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4일 오전 9시 현재 개학연기 의사를 밝힌 사립유치원은 20곳이다. 이들 유치원 중 80%(16곳)가 노원(4곳)·도봉(3곳)·강동(4곳)·송파(3곳)구에 있었다. 모두 젊은 층이 많이 살아 유치원에 다닐 아이들이 많은 지역이다.
서울교육통계연보를 보면 작년 4월 기준 노원구 유치원생은 6천639명으로 25개 자치구 중 최다였다. 노원구에 이어서는 송파구가 6천74명으로 두 번째로 많았다. 강동구도 4천309명으로 비교적 많은 편에 속했고 도봉구는 2천686명이었다.
경기도의 경우 71개 개학연기 유치원(4일 오전 8시 기준)을 지역별로 나눠보면 용인시가 26곳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수원 16곳, 평택 15곳, 화성·오산 7곳, 성남 5곳, 고양과 이천 각 1곳이었다. 이들 지역 역시 도내 다른 지역보다 유아가 많은 지역으로 꼽힌다.
특히 개학연기 유치원이 최다인 용인시는 광교신도시 등이 있는 수지구를 중심으로 '사립유치원 세'가 강한 곳으로 분류된다.
교육계에서는 사립유치원단체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의 개학연기 방침을 규탄하는 학부모 집회가 3일 수지구에서 가장 먼저 열린 이유도 학부모들이 그간 사립유치원들의 '막무가내 운영'에 지쳤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집회에서 학부모들은 '우리가 봉이냐', '아이들 보기 부끄럽지도 않느냐', '유아교육 농단을 중단하라' 등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한유총에 항의했다.
대구도 교육열이 높고 유아가 많은 달서구가 속한 남부교육지원청 관내 유치원이 전체 개학연기 유치원(50곳)의 60%(30곳)를 차지했다.
또 '대구의 강남'으로 불리는 수성구와 달성구를 담당하는 동부교육지원청과 달성교육지원청 관내 개학연기 유치원은 각각 13곳과 7곳이었다. 서부교육지원청 관내에는 개학연기 유치원이 없었다.
43개 유치원이 개학연기 의사를 밝힌 충남 역시도 대부분 개학연기 유치원이 도내에서 인구가 많은 천안(27곳)과 아산(15곳)에 몰렸다.
천안에서 일하는 회사원 김모(33)씨는 "이웃한 천안과 아산은 인구를 합치면 100만명가량으로 웬만한 광역시급"이라면서 "수도권과 가깝고 산업단지도 있어 젊은 부부들이 많이 살아 유치원 개학연기에 걱정이 많다"고 전했다.
경남도 84개 개학연기 유치원 가운데 42곳이 창원에 있었다. 나머지는 김해 35곳, 함안 5곳, 진주 2곳 등이었다.
개학연기를 코앞에 두고 이뤄진 이번 사태를 계기로, 되풀이되는 한유총의 세력 과시와 집단행동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다.
유아와 학부모를 '인질'로 붙잡고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려는 행태는 이제 끝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개학연기에 들어간 유치원을 엄단해달라는 청원이 수십 건 올라와 있다.
한 청원자는 "휴·폐원한 유치원뿐 아니라 정상적인 수업을 안 하는 곳도 엄단해달라"면서 "한유총은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고자 유아와 학부모를 상대로 말도 안 되는 짓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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