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콜로라도대 연구팀, 에스트로겐 관여 메커니즘 규명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삼중음성유방암(triple-negative breast cancers)은 다른 유방암보다 전이 위험이 높다. 젊은 여성에게 생기면 특히 뇌로 전이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과학자들은 왜 이 유방암의 전이 위험이 큰지 규명하기 위해 다양한 가설을 테스트해 왔다. 그중엔 에스트로겐을 원인으로 지목한 이론도 있었지만, 지금까진 거의 주목받지 못했다.
마침내 미국 콜로라도대 암센터 과학자들이 에스트로겐과 삼중음성유방암의 연관성을 밝혀냈다. 에스트로겐이 직접 삼중음성유방암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뇌의 주변 세포들을 자극해 암세포의 전이와 침습을 촉진한다는 것이다.
3일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배포된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런 내용을 담은 연구보고서는 암과 유전자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저널 '종양 유전자(Oncogene)'에 실렸다.
삼중음성유방암에는 에스트로겐 수용체와 프로게스테론 수용체, HER 2(인간상피세포 증식인자 수용체 2형) 유전자 등이 없다. 그래서 '삼중음성'이란 이름이 붙었다.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은 난소의 여포와 황체에서 주로 분비되는 여성 호르몬이고, HER 2는 세포 증식을 조절하는 유방암의 예후 인자 중 하나다.
이 대학 병리학과의 다이애너 시테이 교수는 "암세포는 에스트로겐에 직접 반응하지 않지만, 뇌의 주요 미세환경 요소 중 하나인 성상세포들이 에스트로겐에 반응한다는 걸 발견했다"면서 "에스트로겐에 의해 자극된 뇌 성상세포는 암세포의 뇌 전이를 촉진하는 케모카인(저분자 단백질)과 성장인자 등을 생성한다"고 말했다.
정확히 연구팀이 발견한 건, 에스트로겐의 유도에 따라 뇌 성상세포가 '뇌유래 신경영양인자(BDNF)'와 표피성장인자(EGF)를 생성하면, 이런 인자들이 암세포의 전이·침습을 제어하는 유전자 스위치(수용체) TRKB와 EGFR를 켠다는 사실이다.
시테이 교수는 "상대적으로 나이가 적은 여성한테 유방암이 생기면 뇌로 전이될 위험이 큰 이유를 밝혀낸 건지도 모른다"면서 "폐경 이전의 여성은 에스트로겐이 더 많이 분비되는데 이것이 뇌의 미세환경에 영향을 미쳐 암의 전이를 도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전부터 에스트로겐 양성인 암의 치료엔 타목시펜 같은 에스트로겐 수용체 억제제를 썼다. 하지만 에스트로겐 수용체가 아예 없는 경우엔 이 치료법이 듣지 않았다. 그런데 이런 치료법이 유방암의 뇌 전이를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은 그동안 알지 못했다.
시테이 교수는 "전이성 뇌종양이 생긴 여성은 전반적으로 예후가 나빠 임상시험에서 배제되곤 한다"면서 "그런데 삼중음성유방암에 걸린 여성한테 에스트로겐 수용체 억제제를 투여하면 뇌 전이를 차단할 수도 있다는 걸 이번 연구는 보여줬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연구팀은 삼중음성유방암에서 뇌로 전이된 암의 치료에 이를 응용하는 방법을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암세포 전이의 스위치 역할을 한 TRKB와 EGFR 유전자에 에스트로겐이 작용한 부분을 주목한다. 두 유전자를 동시에 또는 어느 한쪽만 억제했을 때 어떤 효과가 나타나는지에 초점을 맞춰 실험을 계속할 예정이다.
cheo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