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명령 어기면 징역 1년 또는 벌금 1천만원 이하 처벌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우려했던 보육대란 사태는 없었지만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주도하는 '개학연기 투쟁'에 대한 검찰·경찰의 수사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검찰이 이미 법리검토를 상당 부분 진행한 데다 정부가 형사고발 등 강경 대응 기조를 유지하고 있어서다.
4일 검찰 등에 따르면 대검찰청 공안부(오인서 검사장)는 한유총 등에 대한 교육부의 고발이 접수될 경우 신속히 수사에 착수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현재까지 드러난 사실관계에 대한 법리검토를 해왔다.
일차적인 법리검토를 사실상 마무리한 검찰은 사립유치원 개학연기가 유아교육법과 공정거래법 등 위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유아교육법은 유치원이 교육과정 운영 등에 대한 교육당국의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했다.
교육부는 이날 오전 현장조사를 통해 개학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 유치원에 시정명령을 내렸다. 5일도 문을 열지 않으면 곧바로 형사고발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검찰은 한유총의 개학연기 투쟁 역시 현행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본다.
공정거래법은 사업자단체가 구성사업자의 사업내용 또는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5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실제로 2000년 의료계 집단폐업을 주도한 대한의사협회 집행부가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은 사례가 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사립유치원 원장들의 집단행동이 도를 넘을 경우,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사립학교법이 사립학교 교원의 복무에 관해서는 국·공립학교 교원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국가공무원법상 공무원이 노동운동이나 공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 행위를 하면 징역 1년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형으로 처벌할 수 있다.
수사 범위는 앞으로 사태 추이와 교육부의 1차 법리검토 결과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담당 부처인 교육부의 입장을 존중해 고발장을 검토하고 수사대상과 주체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개학연기 투쟁에 참여한 유치원이 239곳으로 전날 한유총이 주장한 1천533곳에 크게 못 미치고 사태가 '보육대란'으로 번지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실제 수사에 착수할 경우 투쟁을 주도한 한유총 집행부가 첫 타깃이 될 가능성이 있다.
한유총은 이미 국회의원 쪼개기 후원 의혹으로 서울시교육청 등에 의해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 이 사건은 서울 영등포경찰서가 서울남부지검 지휘를 받아 수사 중이다. '정치하는 엄마들'도 오는 5일 한유총을 유아교육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예고했다. 만약 교육당국이 일선 유치원에까지 법적 책임을 물을 경우 전국 소재지를 관할하는 검·경이 동시다발적으로 수사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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