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입학인데…' 해운대 수영장사고 초등생 17일째 의식불명

입력 2019-03-04 16:41   수정 2019-03-04 18:44

'오늘이 입학인데…' 해운대 수영장사고 초등생 17일째 의식불명
초등생 부모 "아무리 불러도 눈 뜨지 못해, 그저 기도만 할 뿐"
"사고 당시 수영장 측이 제대로 안 알려, 언론 통해 알아"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지난달 부산 해운대 그랜드호텔 수영장에서 팔이 끼는 사고로 의식불명에 빠진 초등생이 17일째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4일 피해 초등학교 6학년 A(13)군 부모에 따르면 A군은 의식불명 상태로 부산 한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A군 부모는 "뇌 기능이 많이 손상돼 아들 이름을 아무리 애타게 불러도 눈을 뜨지 못하고 있다"라면서 "의료기기로 심장박동을 유지하면서 가족들 모두 아이의 회복을 간절히 기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오늘이 중학교 입학식이라 평소 같으면 아들이 교복을 입고 등교를 했을 텐데…"라면서 "너무 절망스럽고 마음이 찢어진다"고 흐느꼈다.
A군은 지난달 17일 오후 5시 17분 호텔 실내수영장 유아 풀장에서 사고를 당한 채 발견됐다.
왼쪽 팔이 철제계단 사이에 껴 물속에 잠긴 상태로 다른 이용객에게 발견됐다.
A군 부모는 사고 직후 호텔 측이 사고 경위를 제대로 설명해 주지 않았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A군 부모는 "호텔 관계자가 먼저 원인을 말해 줘야 했는데 제가 정신을 차린 이후 호텔 관계자를 찾아 어떻게 된 것이냐고 물었더니 "(심폐소생술 과정에서) 아이가 음식물을 많이 토했다. 코피도 많이 났다'는 등의 아이 책임으로 돌릴 수 있는 이야기만 했다"면서 "이 때문에 사고 발생 후 이틀째까지는 음식물로 인한 사고나 심장마비 가능성을 생각했었다"고 말했다.
A군 부모가 사고 경위를 접한 것은 언론을 통해서라고 한다.
이후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아이 팔의 멍을 보고 전말을 짐작했다.
A군 부모는 "호텔로 가 사고 당시 CCTV를 봤는데 아들을 처음 발견한 구조자가 안전 요원에게 팔이 끼었음을 몇 차례나 설명하는 장면이 보였는데 호텔 측이 이를 분명히 인지하고도 왜 제대로 알리지 않았는지 분통이 터진다"고 설명했다.
또 "사고가 난 유아 풀 철제난간에 팔을 껴보니 성인 팔인데도 들어갔고, 몸이 부력으로 붕 뜨자 팔이 꽉 끼며 아들이 어떤 상태로 허우적거렸고 힘들었는지 알 수 있었다"면서 "아이들이 노는 수영장을 왜 이렇게 만들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호텔 측의 안전관리 부실을 집중적으로 수사하고 있다.
관련 법상 해당 수영장의 경우 안전 요원이 2명 배치돼야 했지만 사고 당시 수영장에는 1명의 안전 요원과 1명의 수영 강사 겸임 안전 요원이 있었다.
강사 겸임 안전요원을 배치하는 것은 지침에 어긋나는 사실을 호텔 측은 지난해 관할구청 질의를 통해 알고 있었지만,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
경찰은 "안전관리 부실이 어디까지 보고됐는지, 강사 겸임 안전 요원을 쓰라고 지시한 사람이 있는지 등 어느 선까지 처벌이 가능할지를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read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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