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교섭단체 EPP 내 '배제' 목소리 커져…獨 유력지 "이제 갈라설 때"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5월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반(反) 유럽연합(EU)', 반난민 캠페인을 다시 들고 나선 헝가리 여당이 유럽의회 최대 교섭단체에서 퇴출 압박을 받고 있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물론 유럽 각국에서도 헝가리 여당 피데스를 최대 교섭단체인 중도 우파 유럽 국민당(EPP) 그룹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 독일 유력지 디 벨트는 4일(현지시간) 사설에서 "지금까지로도 충분하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와 융커 위원장, 메르켈 독일 총리가 속한 EPP는 명확한 가치를 공유하는 친 EU 단체다"라며 갈라설 때가 됐다고 비판했다.
디 벨트는 "오르반 총리의 가치와 행동은 오랜 기간 EPP에 어울리지 않았다"며 "EPP는 오르반의 피데스를 쫓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피데스를 EPP에서 제명하면 유럽 기독교 민주주의자들이 다시 신뢰를 얻을 것이며 오르반 총리는 유럽에서 중요한 권력의 근거를 상실하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디 벨트는 메르켈 총리 등 기독교 민주주의 정당 지도자들과 한자리에 앉게 되지 못하는 것만으로도 오르반 총리가 큰 상처를 입게 될 것이라며, 그가 EPP에서 축출되더라도 마린 르 펜 등 극우 인사들과 함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PP에 속한 룩셈부르크 기민당 당수인 프랑크 엥겔은 최근 AP통신 인터뷰에서 이달 21∼22일 EU 정상회의 전에 피데스 퇴출 문제를 결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벨기에 정당 2곳도 EPP 지도부에 보낸 서한에서 피데스 퇴출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융커 위원장은 헝가리 정부가 유럽의회 선거를 겨냥해 국내에서 벌이고 있는 반EU 캠페인에 반발하며 오르반 총리가 EPP의 통합을 해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헝가리 정부는 지난달 말 융커 위원장과 미국인 부호 조지 소로스의 얼굴이 그려진 포스터를 곳곳에 설치하고 EU와 소로스가 유럽으로의 이주, 난민 입국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오르반 총리는 피데스를 EPP에서 제명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디 벨트 인터뷰에서 "EPP는 자신들이 영적인 싸움을 하고 있다고 믿고 있지만, 그들은 우리의 적들에게 이익이 되는 행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레닌의 말을 인용해 "피데스를 쫓아낸다면 EPP는 (적을 이롭게 하는) '쓸모있는 바보들'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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