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 -14.2%·배추 -42.5%…통계청 "물가 다소 낮지만 향후 1%대로 갈 듯"
정부 "물가 흐름 안정적…불안요인 지속 모니터링"
(세종=연합뉴스) 이세원 이대희 김경윤 기자 = 석유류와 채소류 가격 하락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년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통계청이 5일 발표한 '소비자물가동향' 자료를 보면 올해 2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4.69(2015년=100)로 1년 전보다 0.5% 상승했다.
이는 2016년 8월(0.5%) 이후 가장 낮은 기록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대 초중반에 머물다가 9∼11월 2%대로 올라섰으나 12월(1.3%) 다시 1%대로 내려왔다. 이어 올해 1월에는 0.8%로 1년 만에 1%를 밑돌았다.
소비자물가 상승세 둔화는 석유류를 중심으로 공업제품 물가가 내려서다.
석유류는 1년 전보다 11.3% 하락해 전체 물가를 0.51%포인트 끌어내렸다. 석유류는 2016년 5월(-11.9%) 이후 가장 크게 하락했다.
품목별로 휘발유 -14.2%, 경유 -8.9%, 자동차용LPG -9.9%였다.
여기엔 유류세 인하와 국제유가 하락이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통계청 설명이다.
국제유가는 지난해 1∼2월 평균 배럴당 66달러에서 올해 같은 기간 62달러로 4.4% 하락했다.
국내 휘발유 가격은 1월 ℓ당 1천351원에서 지난달 1천344원으로 내렸다.
공업제품은 0.8% 내려 전체 물가를 0.25%포인트 내리는 효과를 나타냈다.
농축수산물은 1.4% 하락해 전체 물가를 0.11%포인트 낮췄다.
특히 채소류가 15.1% 하락해 전체 물가를 0.27%포인트 끌어내렸다.
이는 지난해 한파로 가격이 치솟은 데 따른 기저효과다. 올해는 상대적으로 따뜻한 기후 덕에 채소류 가격이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배추(-42.5%), 딸기(-21.3%), 파(-32.8%), 무(-39.6%), 양파(-32.3%), 호박(-27.3%) 등이 크게 하락했다.
반면 서비스는 1.4% 상승해 전체 물가를 0.78%포인트 끌어올렸다.
개인서비스 중 외식은 2.9% 올라 전체 물가를 0.36%포인트 높였다.
품목별로 공동주택관리비(6.4%)는 작년 4월(6.8%) 이후 10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택시료도 6.9% 올랐다. 2014년 6월(7.8%) 이후 4년 8개월 만에 최대폭이다.
전세는 0.6% 상승했지만, 월세는 0.4% 하락했다.
공공서비스는 0.3% 하락했다. 정부는 건강보험 적용확대와 통신비 감면 등의 효과로 공공서비스가 하락세를 지속했다고 봤다. 입원진료비는 1.7%, 휴대전화료는 2.9% 낮아졌다.
지출목적별로 보면 교통과 통신이 각각 4.2%, 2.3% 하락했다. 반면 가정용품 및 가사서비스가 3.2%, 음식 및 숙박이 2.8% 올랐다.
교통 물가는 2015년 12월(-5.3%) 이후 4년 2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내렸다.
1월 광주·대전·울산, 2월 서울에서 택시요금이 인상됐지만, 국제유가가 떨어지면서 하락 폭이 커졌다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체감물가를 보여주기 위해 자주 구입하고 지출 비중이 큰 141개 품목을 토대로 작성한 '생활물가지수'는 1년 전과 같은 수준이었다. 상승폭은 2016년 8월(-0.2%) 이후로 30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어류·조개·채소·과실 등 기상 조건이나 계절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50개 품목을 기준으로 한 '신선식품지수'는 5.2% 하락했다.
신선식품지수 하락은 지난해 7월 이후 7개월 만이다. 하락 폭은 지난해 1월(-5.2%) 이후 가장 낮았다.
물가상승률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으로 볼 수 있는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는 1.1% 상승했다.
계절 요인이나 일시적인 충격에 따른 물가변동분을 제외하고 장기적인 추세를 파악하기 위해 작성한 물가상승률인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근원물가)는 1.3% 올랐다.
통계청은 올해 초 물가 상승세 둔화가 국제유가와 기후 등 외부 요인에 따른 것으로 분석하고 앞으로는 1%대로 올라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윤성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앞으로는 1%대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며 "3월에는 택시요금이 일부 인상된 점이 있고 2월 상승한 국제유가가 3월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는 전반적인 물가 흐름이 안정적인 기조라고 평가하면서도 물가불안 요인은 계속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기재부 관계자는 "가격변동이 큰 품목을 중심으로 물가불안 요인 모니터링을 계속하고 물가관계차관회의 등을 통해 생활물가 안정 기조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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