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국가민속문화재 '부안 동문안 당산' 유물 반환
부안군 "내년 대보름에 당산제 부활…감시체계 강화"
(부안=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조선시대 중기부터 300년 넘게 전북 부안 마을을 지킨 것으로 추정되는 당산(堂山·돌로 만든 솟대) 위 돌오리상이 도난 16년 만에 돌아왔다.
마을을 수호하고 땅의 기운을 억누르는 솟대는 보통 나무로 만들지만, 전북 지역에는 당산 문화가 전한다. 귀향한 부안 돌오리상은 다른 지역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민속자료로 평가된다.
문화재청은 2003년 사라진 국가민속문화재 제19호 '부안 동문안 당산' 돌오리상을 최근 회수해 5일 부안군 부안읍 동중리 동문안 마을에서 반환했다.
돌오리상은 가로 59㎝, 세로 20㎝ 크기로, 화강암을 거칠게 다듬어 조각했다. 국가민속문화재 제18호 '부안 서문안 당산'에 남은 명문을 보면 숙종 때인 1689년에 제작한 것으로 보인다.
최은령 문화재청 감정위원은 반환식에서 "당산 중에서는 제작 연대를 알 수 있는 가장 오래된 자료"라며 "당산과 오리의 조합은 매우 독특한데, 돌오리상 회수는 전통문화 계승이라는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산 위에 돌오리상을 올려놓은 명확한 학술적 근거와 문헌 자료는 없다"면서도 "사찰 입구에 불화를 그린 깃발을 설치하는 기둥인 당간지주를 세웠는데, 이런 불교 문화나 풍수와 연관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높이 3m가 넘는 동문안 당산에서 부안읍 주산인 성황산을 바라보던 돌오리상이 없어졌다는 사실이 알려진 시점은 2003년 3월. 그해 2월 정월 대보름에 당산제를 지낼 때까지만 해도 제자리를 지킨 돌오리상은 한 달 만에 돌연 자취를 감췄고, 2004년 새로운 오리상이 당산 위에 놓였다.
절도범은 석물을 취급하는 전문업자나 장물 매매업자에게 돌오리상을 팔아넘기려 했으나, 국가민속문화재여서 거래가 여의치 않자 오랫동안 은닉한 것으로 알려졌다.
돌오리상 소재를 조사하던 문화재청 사범단속반은 지난 2월 초 "충북 진천에서 청주로 넘어가는 언덕에 돌오리상이 있다"는 전화를 받고 현장을 수색해 호돌이 조형물 안에 숨겨진 석상을 찾아냈다.
한상진 사범단속반장은 "진천과 청주를 잇는 잣고개 주변을 샅샅이 뒤져서 겨우 돌오리상을 발견했다"며 "문화재를 환수해 다행이지만, 돌오리상 절도 사건에 대한 조사는 계속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돌오리상은 일단 부안군에 인계해 보존처리를 진행하고, 문화재위원회를 거쳐 당산 위에 올려놓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돌오리상이 귀환한 '부안 동문안 당산'은 당산과 상원주장군(上元周將軍), 하원당장군(下元唐將軍)이라는 글자를 새긴 남장승과 여장승 한 쌍으로 구성된다.
부안에는 동문 외에도 서문과 남문에 당산이 있다. 하지만 서문안 당산에는 후대에 제작한 돌오리상이 있고, 전북민속문화재인 남문안 당산에는 돌오리상과 장승이 없다.
부안에서는 당산제를 치를 때 동아줄로 줄다리기를 한 뒤 이 줄을 돌기둥에 감는 '옷입히기' 행사를 했다. 마을 평안과 풍년을 바라며 당산을 인격화한 풍습이다.
그러나 동문안 마을에서는 돌오리상을 도난당하고, 주민이 줄어들면서 2005년 당산제가 중단됐다.
정재숙 문화재청장은 "오리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영물"이라며 "마을에서 돌오리상을 잘 지켜주고, 당산제를 부활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권익현 부안군수는 "부안의 공동체 문화와 역사를 담은 돌오리상이 귀환한 것을 기념해 내년 대보름에는 당산제를 치를 것"이라며 "소중한 문화유산이 훼손되지 않도록 상시 모니터링 체계를 확립하고 관리인을 지정해 운영하겠다"고 약속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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