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쇼 대학, 2년째 야단 안맞고 자란 졸업생에 '야단 맞는 법' 강좌
'파워하라' 겁내 잔소리 피하는 관리직 대상 '야단 치는 법' 연수 인기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부모 등 주위의 어른에게서 야단을 맞지 않고 자란 세대의 예비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하는 '야단 맞는 법'과 관리직을 대상으로 이런 신입사원을 '야단 치는 법'을 가르치는 이색 강의가 일본에 개설돼 화제다.
'야단 맞는 법' 강좌는 새내기 신입사원이 회사에서 상사로부터 꾸지람을 받더라도 자기가 부정당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야단 치는 법'강좌는 '파워하라(직장에서 상사가 부하를 괴롭힌다는 의미의 신조어)'로 인식되지 않도록 주의사항을 숙지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5일 NHK에 따르면 도쿄(東京) 도시마(豊島)구에 있는 다이쇼(大正)대학은 지난달 14일 올 봄 졸업예정자 18명을 대상으로 '야단 맞는 법' 강좌를 진행했다. 입사후 상사에게서 야단을 맞고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는 졸업생들의 이야기를 듣고 이 대학이 작년부터 시작한 강좌다. 대학 측에 따르면 요즘 학생들은 가정이나 학교에서 야단을 맞은 경험이 거의 없어 꾸지람을 들으면 큰 충격을 받는다. 자기가 부정당했다고 느끼기도 한다.
"이해가 가면 이해했다는 반응을 보여라.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이해했는지) 알 수가 없다. 지금 야단을 맞고 있는 상황이다"
외부 초빙 강사는 명함교환과 전화 응대 등 사회인이 익혀야 할 비즈니스 매너를 가르치면서 학생들을 '야단'친다. 입사 직후에는 소리를 내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야단맞는 경우가 많다고 소개하기도 한다. 야단맞지 않기 위한 테크닉을 배우는게 아니라 '야단맞는 것의 의미'를 전달하는게 목적이다.
강의에서는 신입사원이 "지각할 것 같다"거나 "모르겠다"고 확실히 말하지 않은 채 '업무 처리 시한이 임박한' 상황을 가정, 대응방안을 학생들끼리 이야기한다. 학생들은 "야단 맞을게 분명하지만 되도록 빨리 보고한다"거나 "보고만 할 게 아니라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개선책을 같이 제시하는게 좋다"는 등의 의견이 나왔다.
이런 강의를 통해 혼나는 이유를 스스로 알아차리고 그 경험을 성장의 밑거름으로 삼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생각해 보게 하는게 목적이다.
강의를 마친 강사는 "직장 상사나 선배는 조금 거친 표현을 사용할지 모르지만 혼나더라도 자기가 부정당했다고 생각하지 말라. 상대는 여러분이 잔소리를 받아들여 성장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기성 직장인중에는 '야단 치는 법'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자칫 '파워하라'로 지탄받지 않을까 조심스러워 아예 '부하 지도'를 피하는 상사도 있다.
부하 100여명을 거느리고 있는 한 유명 보험회사의 50대 관리직 남성은 사무실 화이트 보드에 부하 직원들이 해야할 업무를 적었다가 '파워하라 보드'라는 원성을 들은 후 아예 '잔소리를 하지 않는 상사'가 된 경우다.
업무 추진상황을 체크할 목적이었을 뿐 압력을 가할 의도는 없었지만 생각지도 않게 '파워하라'라는 부하들의 반응에 그만 자신을 잃어 부하들을 '지도'할 수 없게 됐다고 한다.
당사자는 "듣기 싫은 소리를 하면 관계가 엉망이 될 가능성이 있어서 부하의 성장에는 좋지 않지만 말하지 않고 지나갈 수 있으면 그냥 입을 다물고 만다"고 털어 놓았다.
기업을 대상으로 연수를 진행하는 회사에는 파워하라를 두려워하는 상사들을 위한 연수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
연수회사 담당자는 "파워하라에 대한 의식이 높아져 많은 기업들이 대책연수를 의뢰해 온다"면서 "파워하라로 판정된 사례를 소개하면 어떻게 지도해야 좋을지 모른겠다는 관리직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이 회사가 2월에 도쿄도내에서 개최한 강습회에는 기업의 인사담당자 30여명이 참석했다. 강사는 요즘 젊은이들에 대한 지도요령으로 "비판하는게 아니라 '귀를 기울일 것', '추궁'할게 아니라 '지원할 것' 등을 강조했다고 한다.
NHK는 학생은 '야단 맞는 법', 상사는 '야단 치는 법' 강습을 받는 시대에 성격도, 가치관도 다른 사람들이 모이는 사회인 만큼 '정답'은 있을 수 없지만 야단 치는 쪽이나 야단 맞는 쪽 모두 상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지도의 의미를 생각하는게 공통의 포인트라고 지적했다.
lhy501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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