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독일서 첫 치료…줄기세포 이식으로 암과 함께 HIV도 퇴치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줄기세포 이식을 통해 에이즈를 일으키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을 치료한 사례가 첫 발견 이후 약 10년 만에 다시 보고됐다.
현재 에이즈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때 유일한 치료법은 평생 매일 약을 먹어야 하지만, 줄기세포를 통한 치료 시에는 이럴 필요가 없게 된다.
영국 런던에 사는 한 남성이 줄기세포 이식을 통해 에이즈 바이러스가 더는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AP와 AFP 통신 등이 5일 보도했다.
이는 지난 2007년 독일 베를린에서 백혈병 치료 목적으로 혈액 줄기세포를 이식받은 미국인 남성 환자가 백혈병뿐 아니라 HIV 감염 징후도 나타나지 않은 것과 유사한 사례다.
보도에 따르면 런던에 거주하는 익명의 이 남성은 지난 2003년 HIV 감염 진단을 받았으며 2012년부터 약을 먹기 시작했다. 감염 후 오랫동안 약을 복용하지 않은 이유는 분명하지 않다.
이 남성은 2012년 혈액암의 일종인 호지킨 림프종이 발병했고, 2016년에 이를 치료하기 위해 줄기세포를 기증받아 이식 수술을 받았다.
그 결과 이 남성은 호지킨 림프종을 치료할 수 있었고, HIV의 흔적도 발견되지 않는 결과를 얻었다. 수술 후 약을 끊은 뒤 거의 19개월 동안 HIV의 징후가 나타나지 않았다.
줄기세포 기증자에게서는 HIV에 자연 면역력을 가진 유전자 돌연변이가 발견됐다.
연구팀은 HIV가 인체 세포로 들어가는 통로 역할을 하는 'CCR5'의 발현을 기증자의 유전자 돌연변이가 차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주요 저자인 라빈드라 굽타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유사한 접근법을 통해 두 번째 환자를 치료해 (10년 전의) 베를린 환자가 예외적인 사례가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라고 말했다.
굽타 교수는 또 이번 결과가 "언젠가 에이즈를 완치할 수 있으리라는 과학자들의 생각을 입증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HIV 치료법이 발견됐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 HIV 감염자의 유일한 치료법은 매일 알약을 먹는 것으로, 만일 약을 먹지 않으면 통상 2~3주 이내에 바이러스가 다시 살아난다.
2007년 줄기세포 이식으로 처음으로 HIV를 이겨낸 미국인 환자 티머시 레이 브라운은 AP통신에 런던의 환자를 만나 대중 앞에 나서도록 용기를 북돋우고 싶다며 "HIV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은 매우 유익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브라운에게 수술을 집도한 게로 후터 박사는 "대단한 뉴스"라면서 이번 결과를 "HIV 치료를 위한 퍼즐의 한 조각"으로 평가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학술지 '네이처'(Nature) 온라인판에 4일(현지시간)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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