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건조하면 '인공눈물' 점안…실내공기 관리도 필수
어린이 등·하굣길 '천천히'…심박수 빨라지면 미세먼지 흡입 증가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날이 갈수록 미세먼지가 심해지면서 건강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5일 전문가들은 미세먼지로부터 건강을 지키는 가장 근본적인 방법은 외출을 자제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출근과 등교 등 밖에 나갈 수밖에 없다면 마스크를 착용하고 물을 많이 마시는 등 건강수칙을 지키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특히 호흡기질환이나 안구건조증 등을 앓고 있다면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에는 건강관리에 좀 더 신경 써야 한다. 신학기 개학을 맞은 어린이와 심폐기능이 떨어지는 노인들의 경우 미세먼지 노출 이후 이상 증상이 없는지 주변에서 잘 관찰해야 한다.
◇ 마스크는 'KF' 표기 제품으로…버스·지하철 안에서도 착용
미세먼지는 주로 기관지를 통해 몸 안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호흡에 주의해야 한다.
평상시 숨을 쉴 때는 콧속 점막 등이 유해물질을 걸러주는 역할을 하지만, 미세먼지는 완벽하게 걸러지지 않기 때문에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마스크는 미세먼지 입자차단 기능이 있는 보건용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보건용 마스크에는 입자차단 성능을 나타내는 'KF'(Korea Filter) 표기가 있다.
KF80은 평균 0.6㎛ 크기의 미세입자를 80% 이상 걸러낼 수 있으며, KF94와 KF99는 평균 0.4㎛ 크기의 입자를 각각 94%, 99% 이상 각각 걸러낼 수 있다는 인증 표시다.
'생존템' 미세먼지 마스크 KF99와 KF94 무슨 차이? / 연합뉴스 (Yonhapnews)
KF 뒤에 붙은 숫자가 클수록 차단 효과가 크지만 그만큼 숨쉬기가 불편할 수 있으니 당일 미세먼지 수준과 개인의 호흡 능력을 고려해 적당한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마스크를 착용할 때는 코와 뺨, 턱 쪽으로 오염물질이 들어오지 않도록 밀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린이의 경우 얼굴 크기에 맞는 어린이용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또 보건용 마스크는 세탁하면 효과가 떨어지므로 세탁해 재사용하는 것도 삼가야 한다.
마스크는 지하철역 안이나 버스 안에서도 착용해야 한다. 열차와 버스 안에서는 미세먼지를 일으키는 가장 큰 원인 중의 하나가 사람들의 옷이다. 의류와 섬유제품들에 붙어 있다가 날아다니게 되는 미세먼지의 양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임영욱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미세먼지가 심한 날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호흡을 깊게 들이쉬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 미세먼지에 눈이 '뻑뻑'…눈 비비면 '각막 손상'
미세먼지에 직접 노출되는 눈도 특별히 신경 써서 관리해야 한다.
미세먼지는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는 미세한 입자들로 구성돼 있어 안구에 이물감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눈물막을 약화해 안구건조증을 유발하곤 한다.
눈이 따가운 느낌이 든다면 인공눈물 등을 이용해 눈을 씻어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인공눈물은 안구에 충분한 수분을 공급해 이물질을 세척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눈꺼풀 끝에 붙은 미세먼지는 마이봄샘(눈의 지방물질을 내보내 줘서 눈을 부드럽게 유지해주는 역할)의 기능 장애를 일으켜 건조증으로 이어지기 쉽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눈을 비비는 것은 금물이다. 미세먼지는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켜 눈 주변을 가렵게 만들기도 한다. 이때 눈을 비비면 각막 손상으로 인한 각막염이 유발될 수 있다. 미세먼지 노출이 각막 상피세포를 손상했다는 연구결과 등이 수차례 보고된 바 있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렌즈 대신 안경을 착용하는 게 좋다. 콘택트렌즈는 각막 상피세포를 훼손할 뿐만 아니라 렌즈와 눈 사이에 이물질이 오래 머물도록 하면서 눈에 각종 염증을 일으키기 쉽기 때문이다.
외출 후 충혈이나 통증, 시력저하가 생겼다면 신속히 안과를 방문하는 게 좋다. 아침저녁으로 세안할 때 따뜻한 수건을 눈 위에 올려 찜질한 뒤 눈꺼풀을 닦아내는 청결제를 사용하는 것도 눈에 붙은 미세먼지 제거에 도움이 된다.
황제형 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 안과 교수는 "미세먼지가 심한 날 외출한다면 인공눈물을 자주 사용하는 것이 좋다"며 "눈이 가렵거나 따갑다고 비비면 각막 손상이나 눈꺼풀의 염증 등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 어린이 등·하굣길 "뛰지 마세요"…귀가 후엔 꼼꼼히 샤워
신학기 개학을 맞아 등·하교를 해야 하는 어린이들은 뛰어다니지 않도록 주의시켜야 한다.
미세먼지는 호흡할 때 기관지를 통해 몸 안으로 들어오는데, 심박수가 빨라지면 그만큼 미세먼지를 많이 흡입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호흡은 가급적 깊게 들이쉬지 않도록 하고, 입보다는 코로 숨을 쉬도록 지도해야 한다.
코로 숨 쉴 때는 콧속 점막 등이 미세먼지를 흡착해 배출시키는 역할을 하지만, 입으로 공기를 들이마실 때는 미세먼지를 걸러낼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호흡기질환 등으로 아이가 미세먼지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면 학교에 가지 않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 천식·아토피 등으로 인해 미세먼지 민감군임을 확인받은 학생은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이상인 경우 결석해도 질병 결석으로 인정된다.
외출했다 귀가한 뒤에는 손과 얼굴 등 미세먼지에 노출된 신체 부위를 꼼꼼하게 씻어 미세먼지를 제거해야 한다. 가글, 양치질과 함께 콧속을 생리식염수로 씻어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외출복에는 미세먼지가 묻어있기 때문에 실내에서 입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외출 후에는 외투 등에 묻은 미세먼지를 털어내고 자주 세탁해주는 것이 좋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은 창문을 열어 환기하기보다는 공기청정기 등을 이용해 실내공기 질을 관리하는 것이 좋다. 분무기로 공중에 물을 뿌려 공중에 떠다니는 먼지를 가라앉게 한 뒤 바닥을 물청소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최천웅 강동경희대학교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미세먼지 농도가 높을 때는 공기청정기 등을 사용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aer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