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의 시인 류시화가 신작 에세이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더숲)로 돌아왔다.
시집과 산문집, 여행기 등을 넘나들며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은 시인은 이번 책에서도 삶과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는 인생에 다 나쁜 것은 없다는 작가의 경험과 깨달음을 담고 있다
'시인'을 '신'으로 알아들은 사람들 때문에 신앙 공동체에서 쫓겨난 일화, '나는 오늘 행복하다'를 수없이 소리 내 반복해야 했던 힌디어 수업, 가장 힘든 계절의 모습으로 나무를 판단해서는 안 되며 꽃이 피면 알게 되리라는 진리.
그의 글들은 먼 곳에서 겪은 낯선 경험을 이야기하는 듯하지만 우리는 마치 삶에서 직접 겪듯 그에게 공감한다.
'한 대학생이 아메리카 원주민에 관한 박사 학위 논문 과제의 일환으로 미국 남서부에 위치한 나바호족 인디언 보호구역에서 일 년을 보냈다. (…) 그 가족 중 할머니는 영어를 잘하지 못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두 사람 사이에는 친밀한 유대 관계가 형성되었다. 언어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사랑과 이해라는 공통의 언어를 서로 나눈 것이다. (…) 그녀가 픽업트럭에 올라타고 떠날 준비가 되었을 때, 그 할머니가 따로 작별 인사를 하기 위해 그녀에게 다가왔다. 할머니는 눈물을 흘리면서 세월의 풍파로 거칠어진 주름진 손을 여학생의 두 뺨에 대었다. 그리고 그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서툰 영어로 말했다.
"나는 너와 함께 있을 때의 내가 가장 좋아"'('나는 너와 함께 있을 때의 내가 가장 좋아' 부분)
'신이 쉼표를 넣은 곳에 마침표를 찍지 말라'고 작가는 말한다.
우리 자신은 문제보다 더 큰 존재라고, 인생의 굴곡마저 웃음과 깨달음으로 승화시키는 통찰이 엿보인다.
그리고 우리는 그의 글을 읽으며 마음을 치유하고, 살아온 날은 따뜻한 시선으로, 살아갈 날은 웃으며 바라보게 된다.
'우리는 신에게, 삶에게 묻곤 한다. "왜 나에게는 이것밖에 주지 않는 거지?" 그러나 보이지 않는 목소리가 답한다. "이것이 너를 네가 원하는 것에게로 인도하기 때문이다." (…) 자신이 결코 팔을 갖지 못하리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순간 새의 몸에서 날개가 돋아나기 시작했다고 한다.'('왜 이것밖에' 부분)
이미 1991년 첫 시집을 냈으나, 작가는 좋은 글을 발표하기 위해 변함없이 '분투 노력'을 한다고 말한다.
그러한 끊임없는 노력과 자신에 대한 믿음 덕분일까. 독자는 세상과 인생을 보는 저자의 시각에 공감하고 그 세계에 흠뻑 빠져들게 된다.
'나는 타고난 재능을 지닌 작가나 번역가가 전혀 아니기 때문에 매일 노력을 쏟지 않으면 안 된다. (…) 당신과 나, 우리는 어차피 천재가 아니다. 따라서 하고 또 하고 끝까지 해서 마법을 일으키는 수밖에 없다.'('마법을 일으키는 비결' 부분)
더숲. 256쪽. 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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