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스리그 16강 참패…리그 부진·국왕컵 탈락 이어 침체의 늪
호날두·지단 대체자 찾기 실패로 예고된 부진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강호 레알 마드리드의 2018-2019시즌이 사실상 끝이 났다.
레알 마드리드는 6일(한국시간) 안방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에서 네덜란드 아약스에 1-4로 참패하며 8강 진출에 실패했다.
지난 3년간 유럽 정상을 지켰던 레알의 충격적인 탈락이었다.
마지막 보루와도 같았던 챔피언스리그 정상마저 내주면서 레알은 이번 시즌을 사실상 무관으로 마칠 가능성이 커졌다.
프리메라리가에선 1위 FC바르셀로나에 승점 12점이 뒤진 3위로, 사실상 우승 경쟁이 힘들어졌고, 국왕컵(코파 델레이)에서도 준결승에서 바르셀로나에 패했다. 국왕컵 준결승 2차전 0-3 패배 역시 공교롭게도 안방에서 맞았다.
레알 마드리드가 이번 시즌 들어 올린 트로피는 이벤트 성격인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 우승컵이 전부가 됐다.
아약스와의 홈 경기는 시작 전부터 꼬였다.
조별리그에서 경고 1장을 받은 주장 세르히오 라모스가 16강 1차전에서 고의로 경고를 받은 것이 '악수'가 됐다.
라모스로서는 2차전에서 경고를 받아 8강에서 뛰지 못하는 것보다 안방에서 유리하게 치러질 16강 2차전에서 빠지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었으나 결과적으로 오판이었다. 그나마 이런 '경고 세탁'이 탄로 나 2경기 출전정지 징계까지 받았다.
경기 중엔 선발 루카스 바스케스와 비니시우스 주니어가 전반전 차례로 다치는 악재까지 찾아왔다. 마르코 아센시오와 교체돼 벤치로 돌아간 비니시우스는 거의 울 듯한 표정이었다.
전반전 두 차례 골대 불운까지 겹치면서 레알 마드리드는 '젊은' 아약스에 속수무책 당하고 말았다.
악재와 불운이 겹겹이 나온 경기였지만 사실 레알의 위기는 이 경기 이전부터 이어져 온 것이다.
모든 것의 시작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의 결별이었다.
레알에서 9시즌을 보내며 리그에서 2번, 국왕컵 2번, UEFA 챔피언스리그 4번의 우승을 이끈 호날두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이탈리아 유벤투스로 자리를 옮겼다.
호날두 이적으로 거액의 실탄을 마련한 레알은 대체자를 찾아 나섰다. 네이마르, 킬리안 음바페(이상 파리생제르맹), 해리 케인(토트넘) 등이 레알의 타깃으로 거론됐으나 어떤 것도 성사되지 않았다.
기존 선수들도 제 몫을 하지 못했다.
호날두와 BBC(카림 벤제마·개러스 베일·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삼각편대의 한축을 이룬 베일은 호날두 대체자가 되지 못한 채 겉돌고 있다.
이번 시즌 리그 득점은 7골에 그치고 있고 동료 선수들과의 불화설은 물론 팬들의 야유에도 시달린다.
벤제마가 11골로 팀에서 가장 많은 득점을 하고 있지만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25골)의 절반에도 못 미칠 정도로 믿을 만한 골잡이가 없는 상황이다.
루카 모드리치도 아약스전을 앞두고 "15∼20골 정도 넣어줄 두세 명의 선수가 필요했는데 그게 없었다"며 호날두의 공백을 아쉬워했다.
사령탑의 불안도 한몫했다.
지네딘 지단 전 감독이 떠난 이후 이번 시즌부터 레알을 맡은 훌렌 로페테기 감독은 성적 부진으로 14경기 만에 경질됐다.
산티아고 솔라리 감독이 감독대행을 거쳐 지휘봉을 이어받았지만 최근 바르셀로나와의 라이벌 매치인 엘클라시코 연이은 패배와 이번 챔피언스리그 탈락의 여파로 입지가 크게 흔들렸다.
결국 호날두와 지단의 빈자리를 완벽히 메우지 못한 레알에게 이번 시즌 부진은 어느 정도 예견된 참사였던 셈이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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