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언론 "섬주민·국내여론 무마용…푸틴 기존입장 유지 불투명"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러시아가 일본과 영토분쟁 지역인 쿠릴열도(일본명 북방영토) 4개섬 중 상대적으로 개발이 뒤진 시코탄(色丹)섬 개발을 강화하고 있어 일본이 속앓이하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작년 양국 정상회담 이후 쿠릴열도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일본 반환에 반대하는 여론이 높아지자 시코탄섬 개발계획을 국내에 적극 홍보하고 있다.
시코탄은 하보마이(齒舞)와 함께 1956년 공동선언에서 당시 소련이 일본에 돌려주려 했던 것으로 알려진 섬이다. 일본은 표면상 4개섬 모두의 반환을 요구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성사 가능성이 높지 않은 4개섬 반환보다 이들 2개섬 반환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6일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러시아는 지난달 말 분쟁대상인 4개섬 중 쿠나시르(일본명 구나시리<國後>)와 이트룹(일본명 에토로후<拓捉>), 시코탄 3개섬을 고속 인터넷으로 연결하는 해저광케이블을 개통했다.
러시아 국영 TV는 개통 기념행사를 보도하면서 "기술적으로 곤란한 사업에 30억 루블(약 510억 원) 이상이 투자됐다"면서 주민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전해 정부가 시코탄 개발에 주력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행사에 참석한 세르게이 이바노프 대통령 특별대표가 "섬 반환문제를 (일본과) 전혀 논의하지 않고 있다"고 말하는 장면을 반복해 내보내기도 했다.
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는 시코탄 경제특구에 관광과 주택건설 등 3건의 신규 개발계획도 검토하고 있다. 투자액은 3억5천600만 루블(약 60억 원)로 200명 이상의 고용이 예상된다고 한다.
구나시리와 에토로후에 비해 개발이 뒤진 시코탄 주민 사이에서는 "일본에 반환될 가능성이 있어 공공투자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불만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사히는 러시아 정부가 섬 주민의 불만을 완화하고 반환 가능성을 우려하는 국민여론을 달래기 위해 신규 투자계획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일본과의 협상에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러시아 국내에서는 일본 반환을 우려하는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이들 섬을 관할하는 사할린 주의회 등에서는 "애매한 태도로 일본과 장난을 하고 있다"고 푸틴 대통령을 비판하면서 섬 양도를 확실하게 거부할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기 시작했다.
아사히는 이런 사정으로 미루어 일본이 믿는 푸틴 대통령의 전향적인 자세도 언제까지 계속될지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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