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진구 "왕이 된 남자는 인생작…평생 기억할 작품"

입력 2019-03-06 11:54  

여진구 "왕이 된 남자는 인생작…평생 기억할 작품"
"1인2역 어렵지만 뿌듯…떠나보내기 아쉬워"



(서울=연합뉴스) 송은경 기자 = "'왕이 된 남자'로 '인생캐릭터', '인생작'을 만났다는 말에 동의해요. 언제 또 이렇게 제가 나오는 작품을 시청자처럼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애정하는 작품입니다."
2005년 영화 '새드무비'에서 염정아의 아들 역으로 데뷔한 배우 여진구(22)는 최근 종영한 tvN 월화극 '왕이 된 남자'에서 광대 하선과 광기 어린 왕 이헌 역을 동시에 소화했다.
그는 '해를 품은 달'(2012),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2013) 등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를 거쳐 쌓아온 연기력을 다시 한번 안방극장에서 증명해 보였다.
6일 오전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라운드인터뷰에서 여진구는 1인 2역 연기에 대해 "신경 쓸 부분이 많아서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하선과 이헌이 맞붙는 장면에선 실체와 연기하는 게 아니라 제가 제 모습을 생각하면서 연기해야 하는 것이어서 어려웠어요. 또 소운(이세영 분)을 대할 땐 하선과 이헌, 두 사람의 눈빛 차이를 어떻게 둘까 고민도 많이 됐고요."
그럼에도 그는 "1인 2역은 쉽게 접하지 못할 경험이었다"며 극이 끝난 데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헌과 하선이 붙는 장면에선 신(scene)의 흐름과 계획에 대해 많이 생각할 수 있었어요. 한 신에서 액션과 리액션을 한꺼번에 하는 작업을 하다 보니 많이 배울 수 있었어요. 무엇보다 1인 2역이라는 역할을 떠나보내야 한다는 게 아쉬워요. 쉽게 접하지 못할 경험이었고, 그만큼 어렵기도 했지만 볼 때는 뿌듯하게 느껴지기도 했고요. 두 작품을 끝낸 것 같은 기분이고, 배운 건 두 작품 이상인 것 같아요."



그는 인터뷰 내내 '왕이 된 남자'에 대한 애정을 각별히 드러냈다.
"앞으로 연기할 때 이 드라마를 보면서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뜻깊은 작품이에요. 제가 배우로서 작품을 대하는 모습이나 자세는 (이번 작품을 계기로) 변화할 것 같아요.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목표를 만들어 준 작품이라고 해야 할까요. 여러 가지로 절 성장시켜준 작품이라고 생각이 들어서 너무 행복해요."
극 중 광대 하선과 도승지 이규가 서로를 바라보며 맞절을 하는 장면은 드라마를 본 많은 이들이 꼽는 명장면이다. 여진구는 이규 역을 맡은 배우 김상경과의 호흡에 대해선 "드라마 속에서뿐만 아니라 촬영 현장에서도 선생님이었다"며 웃었다.
"농담으로 교수님이라고 부를 정도였어요. 15회에서 이규가 죽고 나선 현장 분위기도 살짝 미묘하게 달라졌고요. 8회 엔딩에서 이헌이 죽을 때 김상경 선배님이 '진구야, 이거 가슴이 찢어진다'라고 하셨는데 그냥 '그러시구나' 하고 넘겼거든요. 근데 이규가 죽는 장면 촬영하면서 저도 속에서 뭔가가 뜯겨 나가는 느낌을 받았어요. 방송을 보면서도 울컥함이 느껴지더라고요."



그는 또래 연기자들보다 유독 필모그래피에 사극 비중이 높지만 "사극 배우 이미지가 굳어질까 하는 염려는 없다"고 답했다.
"한 배우가 한 장르에서 잘한다는 평가를 받는 건 어렵다고 생각해요. 20대 초반의 젊은 배우가 사극 장르에서만큼은 좋은 평가를 받는 것 같아 너무 감사드리고, 오히려 지금은 다음에 사극을 하게 되면 어떤 모습을 보여드려야 시청자를 실망시키지 않을까, 그런 걱정이 들어요."
여진구의 차기작은 드라마 작가 홍자매(홍정은·홍미란)의 신작 '호텔 델루나'다. 이 작품에서 여진구는 완벽주의자 호텔리어를 연기한다.
"지금까지 보여드린 적 없었던 남성스러운 모습을 많이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맡은 구찬성이라는 인물은 결단력 있고 추진력도 강한데 속내는 부드러운 인간미가 있는 역할이에요.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 선택하게 됐어요."
주로 무겁고 진중한 역할만 맡아온 그는 밝고 가벼운 역할로 보는 이에게 웃음을 주는 역할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왕이 된 남자'에서 김상경·장광 선생님과 따뜻하고 웃기는 장면을 촬영하며 너무 즐거웠고, 앞으론 가볍고 웃긴 장르를 해보고 싶다는 욕심도 들었어요. 밝은 캐릭터는 여러 매력으로 사람을 끌어당겨야 하는데 오히려 그런 연기가 더 어렵다고 생각해요. 세상을 긍정적으로 볼 줄도 알고 웃으며 사는 사람을 그려보고 싶습니다."
nor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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