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찰청 광수대 장민호 순경, 119구급대원도 거쳐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의료사고 피해자는 환자와 가족들인데 의학 지식이 없어 제대로 보상조차 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간호사로 그런 피해자들을 지켜보면서 의료사고를 직접 수사해 보고 싶었습니다"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 의료사고 전담수사팀 장민호(35) 순경은 인천에서는 유일한 남자 간호사 출신 경찰관이다.
그는 2017년 의료사고 수사 특채로 경찰관이 됐다. 중앙경찰학교 교육과 6개월의 지구대 의무 근무를 마치고 올해 1월 의료사고 전담수사팀에 배치됐다.
장 순경은 수도권 한 대학교 신문방송학과에 다니다가 2011년 중앙대 간호학과에 편입했다. 당시 40명가량인 간호학과 동기 중 남자는 고작 6명뿐이었다.
대학 졸업 후 서울 한 대학병원 외과에서 2년 넘게 간호사로 일했다. 정형외과 전문병원과 요양병원에서도 1년 가까이 간호사 경력을 쌓았다.
간호사는 '여자 직업'이라는 색안경 낀 눈초리에도 어려운 환자들을 도울 수 있어 보람은 컸다.
그러나 병원에서 벌어지는 각종 의료사고를 목격하면서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간호사로 일하며 직접 본 의료사고는 손으로 셀 수 없을 정도였다.
"수술을 하면 마취과 의사가 약물 투여량을 계산해야 하는데 의사 수는 적고 업무는 많다 보니 간호사에게 맡깁니다. 멀쩡한 환자가 심정지 상태가 된 모습을 봤습니다. 의사 역량이 부족하거나 의료진 부주의로 수술 중 장애를 얻거나 사망하는 환자들도 봤습니다"
간호사라는 직업을 그만두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의료사고에 대처하는 병원 측 태도였다.
"의료사고를 내고도 병원은 사과를 안 합니다. 명백히 잘못한 경우에는 금전 보상으로 빨리 사태를 수습하려 했고, 과실이 애매한 경우에는 오히려 큰소리를 치더라고요"
그는 간호사 일을 그만두고 의료사고 전담 형사가 되기 전까지 소방관 시험에 합격해 6개월 가량 119구급대원으로 일하기도 했다.
사고 이후의 환자를 치료하는 간호사와 달리 사고 현장에 직접 출동해 초동 조치를 하는 119구급대원 일도 매력적이었다.
그러나 장 순경은 돌아가신 할머니를 떠올리며 경찰 의료사고 수사 특채 시험에 응시했다.
그의 할머니도 2004년 의료사고를 당했다. 당시 당뇨병을 앓던 할머니는 혈액순환이 잘되지 않아 열 치료를 받았다.
의료진이 열 치료 기계를 켜 두고 장시간 자리를 비운 사이 화상을 입은 할머니는 발가락 절단 수술 후 합병증으로 숨졌다.
"당시 작은 아버지가 병원에 찾아가 거세게 항의를 해봤지만 소리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더라고요. 의료사고 입증을 피해자가 해야 하는데…. 그렇게 할머니를 보내드렸습니다"
현재 장 순경은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 의료사고 전담수사팀 5명 중 막내다.
조직 수사 담당 3개 반과 강력수사 담당 3개 반 외 의료사고 전담수사팀이 인천경찰청 광수대에 신설된 건 올해 1월이다. 갈수록 증가하는 의료사고 수사를 깊이 있게 체계적으로 하기 위해 전담팀이 만들어졌다.
김상식 인천경찰청 광수대장은 7일 "그동안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관할 경찰서가 수사했다"며 "관할 경찰서에는 매일매일 처리해야 할 사건이 들어오다 보니 의료사고 수사를 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말했다.
이어 "전담수사팀은 사망 사건에 한해 의료사고를 도맡아 수사한다"며 "깊이 있는 수사가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간호사와 구급대원에 경찰관까지 '극한직업'을 두루 거친 장 순경은 "병원 내부 직원이 아닌 이상 알기 힘든 의료사고 경위를 파악할 때 간호사로 일한 경험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과실이 명백한 의료사고뿐 아니라 관행으로 당연시되는 부적절한 의료행위들을 바로 잡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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