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사도 17% 공포의 내리막길…제동장치 이상 사고만 7건
"화물차는 경사로서 정지거리 2배 이상 길어…미리 멈춰야"
관계기관, 속도제한 강화·미끄럼 방지 특수포장 등 대책 강구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6일 오전 7시 5분께 부산 사상구 신모라 교차로에서 4.5t 화물차가 등굣길 학생들이 탑승한 25인승 통학버스 옆부분을 들이받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백양터널 요금소에서 신모라 교차로까지 구간은 잦은 사고로 '마의 구간'으로 불린다.
사고는 백양터널이 완공된 1998년 이후 끊임없이 발생했다.
부산 사상경찰서에 따르면 백양터널 요금소에서 신모라 교차로 방향 구간에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발생한 교통사고는 총 26건이다.
이중 화물차 제동장치 이상 사고만 5건이다.
올해만 제동장치 이상 화물차량 사고가 벌써 2차례 발생해 2014년 이후 총 7건이다.
경찰에 접수되지 않은 사고도 있기 때문에 실제 사고는 이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추산된다.
◇ '공포의 내리막길' 구간 사고원인은?
백양터널∼신모라 교차로 사고는 대부분 터널 요금소를 빠져나온 화물트럭이 내리막길에서 제동거리를 계산하지 못하고 앞차를 추돌하는 형태로 발생한다.
제동거리는 주행 중인 자동차가 브레이크가 작동하기 시작할 때부터 완전히 정지할 때까지 진행한 거리를 말한다.
전문가들은 사고원인으로 도로의 높은 경사도와 운전자 부주의를 꼽는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백양터널 요금소∼신모라 교차로 구간 중 경사도가 심한 지점은 평균 16∼17% 경사도를 보인다.
경사도 17%를 경사각도로 계산하면 9.65도다.
도로 허가 기준이 경사도 17% 이하기 때문에 이 지점은 기준을 가까스로 충족할 정도로 가파르다.
전문가들은 화물차는 경사로에서 화물 무게에 따라 제동거리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한다.
임창식 도로교통공단 부산지부 박사는 "급경사 구간에서 화물차는 무게 등을 고려해 1.5∼2배 정도 길게 제동거리를 계산해 안전거리를 확보해야 하는데 이런 것을 고려하지 않고 습관적으로 브레이크를 밟았을 때는 차량이 멈추지 않아 마치 브레이크 파열(고장)로 느껴질 수 있다"고 말했다.
◇ 수십억 투입되고도 잦은 사고…대책은?
유사한 구간에서 잦은 사고가 반복되자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총사업비 52억원 들여 백양터널∼낙동대로 2.5㎞ 구간에 대해 교통안전 시범도시 사업이 진행됐다.
최근 반복되는 사고가 발생한 백양터널 교차로에서 신모라 교차로까지 구간도 교통안전 시범도시 사업 1단계 구간으로 총사업비 7억4천800만원이 들어갔다.
연구 용역을 거쳐 2017년에 가드펜스, 긴급제동 시설, 충격흡수시설 등이 설치됐다.
시속 50㎞ 과속방지 카메라도 적절한 위치로 이동시켰다.
도로에 미끄럼방지 포장도 새로 해 대형 화물차가 미끄러지는 현상도 방지했다.
하지만 수십억원 예산이 투입된 이후에도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25t 트럭이 정차 중이던 차량을 치어 10중 추돌사고가 발생, 11명이 병원으로 옮겨졌고 지난달 25일에는 23t 화물차가 신호대기 중이던 차량을 받아 6중 추돌사고가 났다.
사상구와 사상경찰서, 도로교통공단 등 유관기관은 이날 화물차량이 통학버스를 들이받는 아찔한 사고 이후 또다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안내판 등을 일차적으로 보완하고 현장점검 후 필요한 도로시설물 보강을 검토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일차적으로 '브레이크 파열 주의' 간판과 경광등을 추가로 설치하고 현장점검 후 필요하면 충격 흡수대를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다"며 "현재 50㎞인 과속단속 기준도 40㎞로 낮추는 방안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임창식 도로교통공단 부산지부 박사는 "미끄럼방지 포장이 오래돼 저항성이 떨어졌을 가능성도 있다"며 "조사 후 필요하다면 미끄럼방지 재포장을 고려해야 하며 일반 아스팔트보다 마찰계수가 높은 개질 아스콘 포장도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handbrothe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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