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문화사상·국민 가치관 반영한 것…조상 숭배하는 경건한 곳"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다른 사람의 분묘를 무단으로 파헤친 자를 징역형으로만 처벌하도록 한 것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춘천지법이 '분묘 발굴죄'를 5년 이하의 징역형으로 처벌하도록 한 형법 160조의 위헌여부를 판단해달라며 제청한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고 7일 밝혔다.
형법 160조는 '분묘를 발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벌금형을 선택형으로 규정하지 않고 오직 징역형으로만 처벌하도록 한 것이다.
분묘 발굴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은 이 모씨는 2017년 11월 춘천지법에 항소한 뒤 재판부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이에 재판부는 "유사한 유형의 범죄인 '사체 오욕죄'나 '미허가 분묘 개장죄'(허가없이 매장된 시신이나 유골을 꺼낸 범죄)에는 벌금형이 규정돼 있는데 분묘 발굴죄는 징역형만 규정하고 있어 형벌 체계상의 균형성 및 평등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며 위헌법률심판을 헌재에 제청했다.
하지만 헌재는 "입법자가 우리의 전통문화와 사상, 분묘에 대해 가지는 국민 일반의 가치관 내지 법감정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해 분묘 발굴죄의 법정형으로 징역형만 규정한 것은 수긍할 만한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조상을 높이 숭배했고 좋은 장소를 찾아 분묘를 설치해 그곳을 조상의 시신이나 유골뿐만 아니라 영혼이 자리 잡고 있는 경건한 곳으로 생각했다"며 분묘 발굴죄를 엄벌하는 타당한 근거가 있다고 봤다.
사체오욕죄나 미허가 분묘 개장죄와 달리 벌금형을 규정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보호법익 및 죄질의 차이를 고려한 입법자의 결단"이라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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