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역성장' 중국서 구조조정 착수…동남아 개척 박차(종합)

입력 2019-03-06 22:02  

현대차, '역성장' 중국서 구조조정 착수…동남아 개척 박차(종합)
2년 연속 생산판매량 감소…올해 1∼2월 도매판매도 26.7% 급감



(서울·베이징=연합뉴스) 김준억 기자 심재훈 특파원 = 현대차가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 역성장을 거듭하다 결국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사태 등을 계기로 판매가 급감해 어쩔 수 없는 수순이기는 하지만 정치적 외부 변수와 더불어 시의적절한 신차 투입 미비 등 경영 전략이 미흡했기 때문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중국 사업에 대폭 물갈이 인사를 단행했지만, 올해도 부진이 이어지자 중국 첫 공장의 가동을 중단하고 동남아 등 신흥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6일 현대차에 따르면 가동률이 50% 아래로 떨어진 베이징현대의 베이징 1공장 가동 중단이 검토되고 있으며 이미 직원 약 2천명을 구조조정을 했다.
현대차 본사에서 파견된 직원들이 주로 사는 베이징 왕징(望京) 지역의 경우 지난 1년 사이 귀임하는 인원이 늘었고 베이징 1공장이 있는 순의 지역도 몰라보게 활기를 잃은 상황이다.
베이징현대의 가동률 부진과 과잉설비 문제는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생산판매량이 감소하면서 심각해졌다.
현대차는 2002년 현지 합작법인 설립으로 중국에 진출한 이후 매년 급성장해 2013년에는 연간 생산판매량이 100만대를 넘었고 2016년까지 100만대 이상을 유지했다.
그러나 사드 배치 여파로 2017년 생산판매량이 82만대로 급감했고, 지난해는 중국의 전반적 경기 둔화와 소비위축으로 79만대까지 떨어졌다.

올해 들어서도 2월까지 누적 도매판매는 7만51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9만5천605대에 비해 26.7% 급감하는 등 중국시장의 부진은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베이징의 현대차 협력사 관계자는 "3~4년 전부터 중국 자동차와 가격 경쟁력에서 크게 벌어지기 시작했으며 사드 사태가 결정타가 된 거 같다"면서 "지난해 들어 다양한 마케팅을 벌이고 있으나 판매 부진을 회복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는 지난해 처음으로 중국 자동차 시장이 역성장(-4.1%)했으며 올해도 경기 둔화와 미·중 무역갈등 지속에 따라 0.2% 증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총괄 수석부회장이 지난해 11월 보임 후 사실상 첫 쇄신 인사를 단행하면서 실적이 부진한 중국 사업 부문을 물갈이한 바 있다.
당시 중국연구소와 지주사, 생산본부 등을 합쳐 중국사업본부에서 교체된 임원은 20여 명에 달해 유례없이 대규모로 이뤄졌다. 지난해 7월에는 베이징현대와 둥펑웨다기아의 총경리(사장)도 교체됐다.
이처럼 2016년까지 최대 판매처였던 중국 시장에서 회복을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경기 둔화에 실적은 나아지지 않고 글로벌 자동차업계가 구조조정을 가속함에 따라 현대차도 과잉설비 해소에 동참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현대차는 현재 연간 생산 규모가 165만대인 중국 내 5개 공장의 운영계획을 재검토해 가동률을 높이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설비가 과잉 상태인 만큼 가동 중단에 이어 공장 폐쇄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베이징의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충칭에 5공장까지 만드는 등 규모 확장에 너무 주력하면서 중국 자동차 시장의 생태 변화를 면밀하게 보지 못한 면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자동차산업에선 원가경쟁력이 가장 중요한 만큼 베이징현대는 과잉설비 해소로 가동률을 높여 이익을 끌어 올리는 게 급선무다.
이원희 현대차 사장은 지난달 27일 'CEO 인베스터데이'에서 최근 GM과 혼다, 포드 등 글로벌 업체들이 과잉설비를 줄이기 위한 자율적 노력을 진행 중이라며 현대차도 차별화와 과잉설비 해소 두 가지 방향 모두 고민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사장은 또 "중국 내 일부 공장 인원과 설비 조정이 있었다"라며 "과잉설비 해소와 동시에 동남아, 중남미, 동구, 중부 아프리카 등 신시장 개척 노력도 진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차[000270]는 지난해 12월 정의선 부회장 주재로 개최한 해외 법인장회의에서 중국시장에서는 ix25와 싼타페, 쏘나타, K3, KX3 등 중국 전략 차종들을 올해 대거 출시하기로 전략을 세운 바 있다.
베이징의 한 자동차 딜러는 "중국에서 한국 차가 중국 차보다 성능 면에서 월등하지도 못하면서 비싸다는 평이 있으며 일본 차보다 대접을 받지 못하면서 고유의 포지션을 잃었다"면서 "그렇다고 벤츠처럼 고급차 시장도 뚫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중국시장의 회복이 쉽지 않은 여건인 만큼 기회 시장도 본격적으로 공략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기아차는 지난 1월 인도 안드라프라데시주(州) 아난타푸르 현지 첫 공장에서 시험 생산하는 등 인도시장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이 공장의 생산 규모는 30만대로 하반기에 준공될 예정이다.
현대차는 이미 인도 첸나이 공장에서 연간 71만대 생산량을 확보하고 있어 기아차 공장이 완전히 가동되면 인도는 연 100만대 생산 거점이 된다.
아울러 현대차는 지난 1월 베트남 타잉콩그룹과 합작한 베트남 공장을 증설해 연간 10만대 생산 체제를 갖추기로 하는 등 동남아 시장 개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차는 인도네시아에서도 자카르타 근교 치카랑 지역에 연산 25만대 규모의 공장을 짓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지 자동차업계에선 인도네시아 대선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공장 설립이 추진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인도네시아 공장을 거점으로 삼아 동남아시아와 호주 자동차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justdus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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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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