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주재 무관출신 예비역 장성, 수억대 금품챙긴 혐의로 재판에
방산업체 전직 임원도 적발…파나마로펌 유출자료가 단초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 무기 수출입에 관여한 전직 장성과 방산업체 전직 임원이 해외 무기중개상 등으로부터 수억원에서 수십억원대 뒷돈을 받은 혐의가 드러나 재판에 넘겨졌다.
위장막 속에서 은밀하게 이뤄졌던 이들의 검은돈 수수가 수사당국에 덜미가 잡힌 것은 2016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조세회피처 유출자료 '파나마 페이퍼스'가 단초가 됐다.
서울중앙지검 외사부(예세민 부장검사)는 터키 무기중개상 K사로부터 8억여원의 뒷돈을 수수한 혐의(부정처사후수뢰)로 예비역 준장 고모씨를 기소했다고 7일 밝혔다.
검찰은 또 K사를 비롯해 국내·외 방산 관련 납품업체들로부터 총 20억5천만원을 챙긴 혐의(배임수재)로 전직 방산업체 임원 김모씨를 함께 재판에 넘겼다.
검찰에 따르면 고씨는 2009년 1월까지 터키 주재 무관으로 근무하다 퇴역한 뒤 아내 이름을 대표로 내건 위장회사를 세워 K사로부터 컨설팅비 명목으로 3년간 총 72만 달러(약 8억1천만원)를 받아 챙긴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국내 K-2 전차 기술의 터키 수출을 지원하는 업무를 하던 고씨가 방위사업청장의 사전 허가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하도록 생산업체 관계자와 방위사업청 공무원을 종용한 대가로 K사로부터 금품을 받은 것으로 파악했다.
함께 기소된 김씨는 2009년 4월 방산업체 삼성테크윈(현 한화테크윈)에 근무하면서 K사로부터 K-9 자주포 성능개량사업에 터키업체 제품을 납품할 수 있게 해달라는 청탁을 받고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총 120만 달러(약 13억5천만원)를 받아 챙긴 혐의를 받는다.
김씨는 검찰의 계좌추적 과정에서 국내·외 방산부품 납품업체로부터 납품 성사 대가로 총 7억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가 추가로 드러나기도 했다. 그는 금품수수를 감추고자 아내를 해당 업체 직원인 것처럼 꾸미고 급여 명목으로 돈을 받기도 했다.
묻히고 지나갈 뻔했던 이들의 방산비리 혐의는 사상 최대 규모의 역외 조세회피처 관련 유출자료인 파나마 페이퍼스가 빌미가 돼 꼬리가 밟혔다.
국내 방산업체들과 긴밀한 거래 관계를 맺어온 터키 무기중개상 K사가 조세회피처에 페이퍼 컴퍼니를 세운 사실이 유출 문건에 포함됐던 것이다.
국내 방산업체들이 검은돈을 은닉한 것 아니냐는 의혹 제기가 언론 보도로 나온 뒤 관세당국이 관련자들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를 조사했고, 검찰은 작년 초 세관에서 자료를 넘겨받아 수사를 벌여왔다.
파나마 페이퍼스 스캔들은 세계 각국의 부유층과 권력층이 역외 기업을 통해 재산을 빼돌렸다는 내용을 담은 파나마 법률회사 '모색 폰세카'의 내부 문건 1천150만 건이 유출되면서 불거졌다.
처음 이 자료를 입수한 독일 언론 쥐트도이체차이퉁은 너무나 방대한 분량 탓에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 협업, 1년여 동안의 분석을 거쳐 2016년 4월 전 세계에 만연한 조세회피 실태를 낱낱이 공개했다. 한국에서는 뉴스타파가 이 자료를 받아 추적 분석해 보도했다.
p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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