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문인들이 사랑한 강진 백운동원림 명승됐다

입력 2019-03-07 09:43  

조선 문인들이 사랑한 강진 백운동원림 명승됐다
17세기 이담로가 만들고 후손이 보존한 경승지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후대에 이 평천(平泉)을 파는 자는 내 자손이 아니며, 나무 한 그루와 돌 하나라도 남에게 주는 자는 훌륭한 자제가 아니다."
조선시대 문인 이담로(1627∼1701)는 손자 이언길(1684∼1767)에게 당나라 이덕유(李德裕)가 남긴 '평천장'(平泉莊) 이야기를 유언으로 전하며 자신이 아낀 정원을 잘 보존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담로가 호를 '백운동은'(白雲洞隱)이라고 지을 정도로 끔찍하게 사랑한 정원인 '강진 백운동 원림(園林)'이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115호로 지정됐다고 문화재청이 7일 밝혔다.
호남 3대 정원이자 많은 조선 문인이 극찬한 강진군 성전면 백운동 원림은 월출산 옥판봉(玉版峰) 남쪽 경사지 아래쪽에 있다.
원림 본가인 백연당(白蓮堂)에서 북쪽으로 11㎞ 떨어진 곳에 있으며, 고려시대에는 백운암이라는 사찰이 존재했다고 전한다. 계곡 옆에는 '백운동'(白雲洞)이라는 글자를 새긴 바위가 남았다.
원림 안뜰에는 시냇물을 끌어들여 만든 시내인 유상곡수 흔적이 있고, 화계(花階·꽃계단)에는 소나무·대나무·연·매화·국화·난초가 자란다. 이담로는 유상곡수와 관련해 "구곡을 만들고 술잔을 띄움은 왕희지의 난정(蘭亭)을 본받고자 함"이라고 조성 취지를 설명하기도 했다.



이담로가 별장으로 조성한 백운동 정원은 그의 증손인 이의권이 가족과 거주하면서 주거형 별서(別墅)로 바뀌었고, 후손인 이덕휘와 이시헌 등이 정원을 가꿔 현재 모습이 만들어졌다고 추정된다.
이시헌의 스승인 다산 정약용은 백운동 원림에 반해 초의선사에게 그림을 그리게 하고 옥판봉·산다경(山茶徑)·백매오(百梅塢) 등 아름다운 경치 12개를 칭송하는 시를 지었다.
다산과 초의선사가 남긴 작품은 '백운첩'에 전하며, 이시헌은 선대 문집·행록(行錄·언행을 기록한 글)·필묵을 엮은 '백운세수첩'(白雲世手帖)을 만들었다.
아울러 김창흡, 김창집, 신명규, 임영 등 이름난 인물들이 원림을 둘러보고 쓴 기록도 있다.
집에 딸린 숲이나 정원을 뜻하는 원림 중 명승은 순천 초연정 원림, 보길도 윤선도 원림, 예천 초간정 원림, 담양 명옥헌 원림, 안동 만휴정 원림, 화순 임대정 원림을 포함해 7곳으로 늘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백운동 원림은 조선시대 선비들이 문화를 교류하며 풍류를 즐기던 곳이자 차 문화의 산실"이라며 "역사적·문화적 가치를 높이고 체계적으로 활용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psh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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