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녹차의 잎에 들어있는 강력한 항산화 물질인 에피갈로카테킨 갈레이트(EGCG: Epigallocatechin gallate)와 당근 등에 들어있는 페룰산(FA: ferulic acid)이 알츠하이머 치매로 인한 기억력 손상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는 동물실험 결과가 나왔다.
미국 서던 캘리포니아대학 의대 질카 신경유전학연구소(Zilkha Neurogenetic Institute)의 테렌스 타운 신경과학 교수 연구팀이 EGCG와 페룰산을 섞어 치매 모델 쥐에 투여한 결과 손상된 기억력이 회복됐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고 사이언스 데일리가 6일 보도했다.
연구팀은 유전자 조작으로 치매 증상을 보이는 32마리의 쥐를 4그룹으로 나누어 ▲EGCG + FA ▲EGCG ▲FA ▲위약(placebo)을 각각 3개월 동안 투여했다. 각 그룹의 쥐는 암수의 수를 같게 했다.
투여 용량은 체중 kg당 30mg로 했다. 이는 사람이 음식 또는 보충제 형태로 섭취했을 때 문제가 없을 분량이다.
결과 비교를 위해 각 그룹마다 같은 수의 건강한 쥐들을 대조군으로 삼았다.
이와 함께 실험 전과 후에 치매 환자의 인지기능을 평가하는 데 쓰이는 사고력·기억력 검사와 거의 비슷한 일련의 신경정신 테스트를 진행했다.
그중 하나는 Y 모양의 미로(maze)에서 목적지를 찾아내는 공간 작업 기억(spatial working memory) 테스트로 사람으로 치면 낯선 건물에서 밖으로 나가는 길을 찾아내는 것에 해당한다.
그 결과 건강한 쥐는 Y 모양의 미로 3개를 순서대로 들어가 보면서 먹이가 있는 길 또는 나가는 길을 본능적으로 찾아냈지만 치매 쥐들은 헤매기만 했다.
그러나 3개월 후 EGCG와 페룰산이 함께 투여된 그룹의 쥐들은 사고력과 작업 기억이 완전히 회복돼 건강한 쥐들처럼 길을 잘 찾게 됐다.
그 이유는 EGCG와 페룰산이 뇌 신경세포의 아밀로이드 전구 단백질(APP: amyloid precursor protein)이 베타 아밀로이드라는 크기가 작은 단백질로 쪼개지는 것을 차단했기 때문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베타 아밀로이드는 뇌 신경세포 표면에 있는 단백질로 이들이 서로 뭉쳐서 플라크(plaque)를 형성하면 신경세포가 죽으면서 치매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GCG와 페룰산을 먹은 쥐들은 또 치매의 특징적인 병리 현상인 뇌의 신경염증과 산화 스트레스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페룰산은 홍당무, 토마토, 쌀, 밀, 귀리 등에 들어있다.
이 연구결과는 미국 생화학·분자생물학회(American Society for Biochemistry and Molecular Biology) 학술지 '생화학 저널'(Journal of Biological Chemistry) 최신호에 발표됐다.
s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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