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의 반격…"美정부 장비사용 금지는 위헌" 소송 제기(종합2보)

입력 2019-03-07 17:57  

화웨이의 반격…"美정부 장비사용 금지는 위헌" 소송 제기(종합2보)
2019 국방수권법 공격…"재판 없이 처벌하는 법"
궈핑 순환회장 "美, 중상모략에 전력…우리 서버 해킹"
중국 외교부 "기업이 권익 지키는 것 전적으로 정당"



(서울·베이징=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김윤구 특파원 = 미국의 집중 공격을 받고 있는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미국 정부의 화웨이 제품 사용 금지는 위헌이라며 소송을 냈다.
로이터·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화웨이는 6일(현지시간) 자사 제품의 사용을 금지한 미국 정부의 결정이 부당하다는 소송을 연방 텍사스 동부 지방법원에 제기했다.
텍사스주에는 화웨이 미국본부가 있다.
화웨이가 문제 삼은 것은 미국 정부가 화웨이와 ZTE(중싱통신) 등 중국 통신기업들의 기술을 이용하거나 이들 기업의 기술을 이용하는 다른 사업체와 거래하는 것을 금지한 2019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 889조다.
NDAA는 해마다 의회 의결을 거치는 국방예산 관련법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의회를 통과한 2019회계연도 NDAA에 서명했다.
화웨이는 미국이 화웨이 제품 금지를 뒷받침할 어떤 근거도 내놓지 못했다며 자사가 사법절차를 거치지 않고 한 개인이나 단체를 범죄자로 결정해 처벌하는 '사권 박탈법'(Bill of attainer)의 타깃이 됐다고 주장했다.
화웨이를 NDAA에 포함해 미국 사업을 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사권 박탈법을 금지한 미국 헌법에 반한다는 것이다.
또한 화웨이는 NDAA가 정당한 법적 절차를 밟을 화웨이의 권리를 침해하며 입법부와 행정부의 권력 분리 원칙도 위반한다고 주장했다.
궈핑(郭平) 화웨이 순환 회장은 7일 중국 선전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NDAA 제정으로 미 의회는 위헌적으로 판사, 배심원단, 집행관 역할을 했다"며 "NDAA는 우리에게 변호할 기회도 주지 않고 화웨이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궈 회장은 "이런 금지는 위법할 뿐 아니라 화웨이가 공정한 경쟁에 참여하는 것을 제한해 궁극적으로는 미국 소비자들에게 해를 끼친다"고도 말했다.
중국 정부도 이날 화웨이를 적극 엄호했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화웨이가 위헌성을 지적한 미국의 국방수권법에 대해 "중국 정부도 미국 측에 강력히 항의하고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기업들이 합법적인 방식으로 스스로 정당한 권익을 지키는 것은 전적으로 정당하며 이해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 정부가 화웨이의 소송에 동참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 "아직 그런 상황은 파악하지 못 했다"고 답했다.



미국은 국방수권법 외에도 국가안보 위협을 이유로 화웨이 제품을 막을 수 있는 행정명령을 검토하고 동맹국들을 상대로 화웨이 제품 퇴출을 위한 '보이콧'을 하고 있다. 미국의 대이란 제재를 위반한 혐의로 화웨이에 대한 수사도 진행하고 있다.
이에 대해 화웨이는 국가안보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화웨이는 이번 소장에서도 "(자사)장비와 서비스는 선진 안보절차를 따르며 화웨이 장비와 서비스가 사용되는 세계 170여 개국 어디에서도 백도어(인증 없이 전산망에 들어가 정보를 빼돌릴 장치)나 주입 장치, 기타 의도적인 보안 취약점이 입증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번 소송은 화웨이가 미국 정부에 대해 본격적으로 반격에 나선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궈 순환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국 정부는 화웨이를 중상모략하는 데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며 "우리는 마지막 수단으로 법적 조치를 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우리 서버를 해킹하고 우리 이메일과 소스코드를 훔쳐 왔다"고도 주장했다.
앞서 미국 정부의 요청으로 지난해 12월 캐나다에서 체포된 멍완저우(孟晩舟) 화웨이 부회장도 지난 1일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BC)주 대법원에 캐나다 정부 등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상당수 법률 전문가들은 미국 법원이 정부기관의 사전 예측성 국가안보 결정을 다루는 것을 꺼린다는 점에서 화웨이의 이번 소송이 기각될 가능성이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지난해 11월 미국 연방법원은 러시아 사이버보안업체 카스페르스키가 제기한 비슷한 성격의 소송을 기각했다.
cheror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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