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 조선업계가 철강업계에 경영 정상화 때까지 후판 가격 인상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두꺼운 철판'을 의미하는 후판(厚板)은 선박의 가장 중요한 재료다.
조선사들의 모임인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7일 보도자료를 내고 "계속되는 후판 가격 인상은 시황회복기에 있는 조선업계에 큰 부담"이라며 "조선소 경영이 정상화될 때까지 인상 자제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협회에 따르면 국내 후판 가격은 지속해서 상승했다.
2016년부터 5개 반기 동안 t당 약 30만원의 인상이 이뤄졌고 올해 상반기에도 조선 시황 회복,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이유로 철강업계가 후판 가격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올해 조선 3사의 예상 후판 소요량은 510만t 내외로, t당 5만원이 추가로 인상되면 조선업계가 2천550억원에 달하는 원가 부담을 져야 한다는 게 협회의 설명이다.
협회는 조선업계가 아직 본격적인 회복기에 접어들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과 철강 공급량이 계속 늘어난다는 점을 근거로 후판 가격 인상을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세계 선박 발주량은 2017년 2천800만CGT에 이어 지난해 3천180만CGT를 기록, 역대 최저치에 근접했던 2016년 1천340만CGT 이후 점진적인 증가세를 보이지만 최근 6년간 평균 발주량인 3천725만CGT를 여전히 밑도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협회는 이어 "인력, 설비 등의 구조조정을 진행하느라 2014년 20만명에 달했던 조선 고용인력은 작년 말 기준 10만명 내외로 줄었고 지난해 선박 건조량은 전년 대비 27% 감소한 770만CGT, 수출액은 50% 급감한 212억달러에 불과했다"고 덧붙였다.
조선업계는 또 "중국의 철강 수요 감소 및 감산 완화 정책 등으로 철강 공급량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작년 하반기 중국의 후판 가격 하락은 중국 조선소의 경쟁력을 높여 국내 조선업계의 원가 경쟁력을 더욱 약화시켰다"고 토로했다.
협회는 "국내 철강사 역시 대외 통상문제와 주요 국내 수요산업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적자 품목이었던 후판 제품은 5개 반기 연속된 가격 인상으로 일정 수준의 이익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가격 인상이 시급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선가 인상 등 수익성을 회복하지 못한 상황에서의 후판 가격 인상은 조선업계의 부담을 넘어 생존을 위태롭게 하는 만큼 두 업계의 상생과 협력이 절실한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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