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모델 출신 인권운동가 와리스 디리, 여성할례 근절 촉구
(서울=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너무나 많은 학대가 벌어지고 있는데도 세상이 그저 가만히 앉아서 '그래, 그게 문화라는 걸 우리도 알아'라고만 하는 건 온당치 않습니다."
세계적인 패션모델 출신의 여성 인권운동가인 와리스 디리(54)는 세계 여성의 날을 하루 앞둔 7일(현지시간) 스위스에서 가진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여성 할례'(여성성기절제·FGM)에 대해 관심을 촉구하며 이같이 말했다.
소말리아 유목민의 딸로 태어나 5세 때 할례를 당한 디리는 13살 때 자신을 노인과 강제로 결혼시키려는 아버지를 피해 영국 런던으로 달아났다.
이후 세계적인 모델로 활동하던 그는 1997년 패션잡지 인터뷰에서 할례 피해자임을 고백, '여성 할례'를 처음으로 세계에 공론화했다.
디리는 "(여성 할례 반대 운동은) 내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었지만, 나서려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내가 해야 한다"고 했다.
그가 할례의 생생한 경험과 문제의식을 담아 1998년에 낸 자서전 '사막의 꽃'은 영화화된 데 이어 뮤지컬로도 제작돼 오는 2020년 2월 스위스에서 막을 올릴 예정이다.
디리가 설립한 '사막의 꽃 재단'은 이날 여성 할례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단편영화를 제작하고 올해 말까지 1천만 명의 서명을 받아 유엔 사무총장에게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디리는 자신의 이야기가 무대에 오르는 것이 놀랍다면서도, 아직 여성 할례 반대의 목소리가 세계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며 "세상은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고 아쉬워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아프리카와 중동을 중심으로 30개국에서 적어도 2억명의 여성이 성기의 일부를 절제하는 할례를 경험했다.
극심한 고통을 동반하며 수술 중 출혈 과다로 사망하거나, 감염 위험이 큰 할례는 지난 2012년 유엔총회에서 인권침해로 규정돼 금지하는 결의안이 채택됐다.
하지만 수천 년의 역사가 있는 만큼 지역 주민의 의식에 깊이 뿌리 내리고 있는 할례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디리는 할례는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며, 일부 지역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이민자들이 널리 자행하고 있는 악습임을 강조했다.
그는 "이건 어린이들에 대한 끔찍한 학대이자 범죄"라며 "나는 이 세상이 이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뭔가 하기를 바랄 뿐이다. 더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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