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빈 씨, "다양한 기술 가르치지만 열정 만큼은 오히려 배워"
(동티모르=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동티모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가 축구입니다. 꿈나무를 육성하는 일이라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지만, 아이들의 배우려는 열망 덕분에 힘든 줄 모르고 가르칩니다."
135만명 인구의 동티모르에는 수도 딜리에 유일한 전용축구장이 있다. 이곳에서 15세 미만 청소년국가대표팀 코치로 일하는 김호빈(27) 씨는 코이카(KOICA) 봉사단원이다. 작년 12월부터 기술전담 코치를 맡고 있다.
김 씨는 8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모든 환경이 열악한 속에서도 세계적인 축구선수가 되겠다는 꿈을 가진 아이들과 함께 하는 일이라 보람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동티모르는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세계에서 156번째로 가난하다. 이곳에서 축구는 국민스포츠다. 축구 경기가 있는 날이면 온 국민이 TV 앞으로 몰려든다. 열악하지만 프로팀도 10개나 있을 정도다.
호남대 축구학과 졸업 후 고교 축구부 코치로 일하던 그가 동티모르에까지 오게 된 것은 김신환 유소년 축구 국가대표 감독과의 인연 덕분이다.
김 감독은 영화 '맨발의 꿈'의 실존 모델이다. 동티모르 대표팀을 이끌고 각종 국제대회서 우승해 국민들에게 희망을 선사했다.
2년 전 아시아축구연맹 주최 19세 미만 청소년대회 참가차 대표팀을 이끌고 방한한 김 감독은 아는 후배에게 대회 기간 보조 요원으로 봉사할 사람을 찾았고 마침 시간이 됐던 김 씨가 이에 응했다.
이어 김 감독의 초청으로 동티모르에 가서 두 달 간 아이들을 가르친 김 씨는 귀국 후 본격적으로 도울 방법을 찾다가 코이카 해외 봉사단 모집에 응모하게 됐다.
김 씨는 "전용구장 하나에 각각의 대표팀은 물론이고 프로팀과 아마추어까지도 나눠서 쓰고 있다 보니 아이들이 맘껏 연습하기 어려운 형편"이라며 "운동화나 축구공 등 모든 게 한국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부족해도 열심히 배우는 자세만큼은 세계 제일"이라고 했다.
그는 청소년대표팀이 아직 국제대회 입상 경력이 없는 이유를 "실력은 어디에 내놔도 꿀리지 않는데 문제는 체력부족"이라며 "한창 키가 클 나이인데도 대부분 가난해서 발육부전을 겪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국가 재정이 어렵다 보니 국제대회 출전하려면 축구협회 지원금으로는 부족해 한국의 개인이나 기업으로부터 후원을 받아야 할 상황이라 아이들 간식은 생각도 못 하는 형편이라고 설명한다.
김 씨는 그런데도 청소년대표팀 출신으로 스페인 프로구단의 청소년 팀에 입단한 선수가 나왔다며 "고달픈 현실에도 아이들이 꿈을 포기 않고 노력하고 있어서 감동한다"고 말했다.
"다양한 기술을 가르치고 있지만 열정만큼은 오히려 배우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꿈을 키워가는 것처럼 저도 축구지도자로서의 꿈을 키워나갈 겁니다."
wakar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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