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귀근의 병영톡톡] 핵담판 결렬 이후 北동창리 발사장에 쏠린 눈

입력 2019-03-09 07:00  

[김귀근의 병영톡톡] 핵담판 결렬 이후 北동창리 발사장에 쏠린 눈
ICBM·장거리로켓 기술실험 '성지'…김정은 여러 차례 방문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하노이 핵 담판 결렬 이후 북한 '동창리 발사장'이 전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 있는 발사장은 북한이 '서해위성발사장'으로 명명했다. 한미는 '장거리 미사일 발사장'으로 부른다.
그간 장거리 로켓(미사일) 기술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핵심기술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현장 실험이 이곳에서 이뤄졌다. 그런 점에서 동창리는 미사일 제조시설이 있는 평양 산음동 연구단지와 함께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기술 축적에 큰 기여를 한 전략적인 장소로 볼 수 있다.

◇ 신뢰 다질 '입구'이자 일순간 '정세긴장' 폭발성 가진 곳…ICBM 재진입체 실험·장거리로켓 발사 '성지'= 이처럼 중요한 동창리 주요 시설들이 폐기된다면 핵무기와 그 운반수단 전체의 폐기로 가는 '완전한 비핵화' 여정에 큰 상징성을 가질 것이란 평가가 많다.
북한은 동창리에서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ICBM의 핵심기술을 개발하려는 목적의 현장 시험을 하면서 기술 축적에 나섰다. 김정은 위원장도 이곳을 여러 차례 방문했다.
북한은 동창리에서 각종 실험을 거쳐 화성-15형(사거리 1만3천㎞ 이상), 화성-14형(사거리 1만㎞ 이상), 화성-12형(사거리 7천㎞ 이상) 등 3종류의 ICBM급 미사일을 개발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북한은 2016년 3월 김정은 위원장 참관 아래 ICBM 탄두부를 보호하기 위한 재진입체 실험으로 추정되는 '탄도 로켓 전투부 첨두의 대기권 재돌입 환경모의시험'을 진행했는데, 이 모의시험은 동창리 발사장 인근에 설치된 엔진수직시험대에서 이뤄졌다.
2012년 4월 처음 공개된 북한 최초의 ICBM인 화성-13형(KN-08)의 엔진 연소 시험도 2013년 중순부터 동창리에서 진행됐다.

2017년 3월18일에는 액체연료를 쓰는 신형 엔진 연소시험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시험장을 참관한 김정은 위원장이 '3·18 혁명'으로 극찬하고, 엔진 개발을 주도한 과학자를 업어줬던 이 시험이 계기가 되어 그해 5월 북한은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그 뿐 아니라 2016년 9월 김 위원장 참관 아래 진행된 '백두산계열'의 신형 정지위성 운반 로켓용 엔진 분출시험, 2012년 4월 '광명성 3호 위성'을 탑재한 '은하 3호' 장거리 로켓 발사, 같은 해 12월 은하 3호 재발사, 2016년 2월 '광명성호'를 발사 등이 동창리에서 이뤄졌다.
동시에, 동창리 발사장은 모처럼 관계개선 기회가 열린 북미관계를 일순간 파국으로 몰고 가거나, 한반도 정세를 긴장국면으로 되돌려놓을 수 있는 폭발성을 가진 곳으로 평가된다.
북한이 작년 7월 해체를 시작했다가 최근 복구 작업을 진행 중인 동창리 발사장에서 만약 장거리 로켓을 발사한다면 북미관계는 급랭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명목상은 '위성발사장'…북핵·미사일 개발 맥락선 'ICBM 실험장' 간주= 명목상 동창리는 '위성발사장'이다.
그러나 한미는 북한의 위성 발사체(장거리 로켓)와 핵무기 운반수단인 장거리 탄도미사일이 기술적으로 동일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즉 로켓에 탄두를 결합하면 탄도미사일, 위성을 탑재하면 우주발사체가 된다는 것이다. 국제사회가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때마다 제재를 가한 것도 결과적으로 '위성을 가장해 핵무기 투발 수단인 장거리 탄도미사일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것'으로 평가했기 때문이다.
물론 북한은 국제사회의 이런 평가에 동의하지 않는다. 2016년 2월 7일 장거리 로켓 '광명성호'가 발사된 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강력한 대북 제재 결의안을 논의하자 북한은 같은 달 29일 조선중앙통신 논평을 통해 "저들의 위성 발사는 합법적이고 우리의 위성 발사는 불법이라고 떠드는 강도적 논리는 미국식 이중 기준의 극치"라고 비난한 바 있다.
이에 군 관계자는 9일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면 국제법적 구속력을 갖는 유엔 인보리 결의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국무부 고위당국자도 7일(현지시간) 언론 브리핑에서 '위성 발사도 북한 스스로 선언한 (핵·미사일 실험) '유예' 방침을 위배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우리가 비공개적으로 논의했을 부분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겠다"면서도 "우주 발사체 발사라 해도 북한이 한 약속에 부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작년 7월 발사장 해체 움직임 포착됐으나 최근 복구작업 = 문재인 대통령은 작년 9월 20일 2박 3일간의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와 가진 대국민보고를 통해 "(김 위원장은)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 참관하에 영구적으로 폐기할 것을 확약했다"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6월 정상회담 후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그들(북한)은 특정한 탄도미사일 시험장과 함께 다른 많은 것들을 제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 관료들은 북한이 폐기할 미사일 관련 시험장은 서해위성발사장 즉, 동창리 발사장이라고 확인했다.
그리고 한 달 뒤인 7월 23일 미국 북한 전문매체 38노스는 그달 20일과 22일 찍힌 위성사진을 판독한 결과, 발사장 해체작업이 시작됐다고 분석했다. 발사 직전 발사체를 조립하는 궤도식 구조물(이동식 건물), 액체연료 엔진 개발을 위한 로켓엔진 수직시험대 등에서 해체작업이 식별됐다. 이동식 건물은 문과 벽을 뜯어 바닥에 눕혔고, 엔진시험대는 상부 구조물을 철거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7월 24일 참전용사대회 연설을 통해 "환영한다"고 했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호주와 2+2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이 싱가포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했던 약속에 완전히 부합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북한은 돌연 7월 말부터 해체작업을 멈췄다. 비핵화 조치와 관련해서는 미국에 대해 '행동대 행동' 원칙을 내세우고 있는 북한이기에 내부적으로 자발적 조치의 속도가 너무 빠른 것 아니냐는 판단이 내려졌을 것으로 정보 당국은 추정했다.
그러다가 지난달 27~28일 하노이 '핵 담판 결렬' 이후 북한 대미 전략에 변화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5일 국회 정보위 보고에서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의 철거 시설 중 일부가 복구되고 있다고 밝혔다. 38노스와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도 지난 2일 촬영된 상업용 위성사진을 토대로 동창리 발사장이 복구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 군·정보당국 "北, 판 깨지는 않을 것"…"협상카드·대미압박" 등 다양한 관측 =군과 정보 당국은 북한이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동창리 발사장을 신속하게 복구하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군의 한 관계자는 "일부 해체작업이 진행됐던 발사장내 이동식 건물은 복구했으며, 맨상단 부분이 일부 철거됐던 엔진시험장도 복구작업이 이뤄지는 것으로 판단한다"면서 "작업 속도가 예상보다 빠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북한의 의도에 대해서는 신중한 분석을 내놨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판을 깨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 "동창리 발사장을 ICBM 협상 카드로 내세우고, 미국에 대한 압박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로도 보인다. 다양한 각도에서 북한의 의도를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역시절 남북군사회담 참여 경험이 많은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소위 북한이 신년사에서 언급한 '새로운 길'로 돌아가겠다는 의도는 아닐 것"이라며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혼란과 긴장이 조성된다면 그 원인을 놓고 '미국이 서투른 행보를 했기 때문'이란 여론을 끌어내고, 다시 미국과 만나더라도 자신들에게 유리한 판을 만들겠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three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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