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미제 사건 첫 도입…수사팀·프로파일러 총출동 자유 토론
(동해=연합뉴스) 이재현 기자 = 2006년 3월 강원 동해시의 한 우물 속에서 20대 여인이 알몸 상태로 숨진 채 발견된 13년 전 강력 미제 사건이 '브레인스토밍'(Brain-Storming) 기법으로 원점에서 재검토된다.
장기 미제 강력사건을 자유 토론을 통해 기존 수사 방식과 다른 관점·접근 방식으로 풀어가려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다.
강원지방경찰청은 도내 대표적 강력 미제 사건인 이른바 '동해 학습지 여교사 피살사건'을 브레인스토밍 기법으로 원점 재검토한다고 11일 밝혔다.
브레인스토밍은 어떤 문제의 해결책을 찾기 위해 여러 사람이 생각나는 대로 마구 아이디어를 쏟아내는 방법이다.
이 회의에는 강원경찰청 미제 사건 전담수사팀과 당시 수사팀, 프로파일러,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분석관 등 20여 명이 참여한다.
이 사건은 2006년 3월 8일 밤 방문 교육을 마치고 귀가 중 실종된 학습지 여교사 김모(당시 24세)씨가 일주일 뒤인 그해 3월 14일 오후 심곡 약천마을의 한 우물 안에서 알몸 시신으로 발견된 이후 13년째 미제로 남았다.
경찰 등은 오는 13일 13년 전 시신 발견 장소와 납치 추정 장소인 부곡동 주택가 인근의 사건 현장을 둘러본다.
이어 각자의 의견과 새로운 시각 등을 자유롭게 발표하고 토론을 통해 13년째 미궁에 빠진 이 사건을 되짚어본다.
이를 통해 이른바 '우물 속 여인'의 억울한 죽음을 둘러싸고 뒤엉킨 실타래를 풀거나 새로운 단서를 찾을지 관심이 쏠린다.
2001∼2007년 사이에 도내에서 발생한 강력 미제 사건은 15건 남짓이다.
사건 발생 경찰서에서 수사하던 미제 사건은 2011년 11월 강원경찰청 미제 사건 전담수사팀이 신설되면서 지방청으로 넘겨졌다.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특히 '화천 70대 노파 살인사건'은 전담수사팀의 끈질긴 추적으로 사건 발생(2007년) 5년 만에 범인을 검거했다.
자칫 영구 미제로 남을 수 있었던 이 사건은 범행 후 5년이 지나 피살된 노파의 집으로 배달된 여러 통의 협박성 편지에서 범인의 DNA가 검출되면서 실마리가 풀려 세간의 관심을 끈 바 있다.
이 사건 범인은 1심 징역 10년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에서 징역 7년으로 감형됐다.
2003년 11월 16일 오후 4시께 발생한 '원주 맥심 다방 여주인 피살사건'은 물컵에 남은 '쪽지문'(일부분만 남은 조각지문) 분석을 통해 14년 만에 범인을 찾았다.
다만 범인은 14년 전 범행 직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건은 허무하게도 '공소권 없음' 종결 처리됐다.
2005년 5월 발생한 강릉 노파 살해사건은 12년 만인 2017년 '1㎝ 쪽지문' 분석을 통해 유력 용의자를 붙잡아 법정에 세웠다.
하지만 유력 용의자는 1·2심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고, 검찰도 상고를 포기하면서 무죄가 확정됐다.
경찰 관계자는 "장기 미제 사건은 시간이 흐를수록 증거와 정황이 모두 흐려지기 때문에 수사의 어려움이 많다"며 "학습지 여교사 사건은 머리카락에서 검출된 남성 DNA가 유일한 증거물로 확보된 만큼 끝까지 추적하겠다"고 말했다.
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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