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EU와 본격 협상 착수…최우방 이스라엘과도 '농산물 관세 낮추기' 협상
中과 전쟁 봉합국면에 화살 돌려…"트럼프 불공정하다 여기면 예외 없어"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미국 우선주의(아메리카 퍼스트)를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동맹국들을 향한 무역 압박의 수위를 올리고 있다.
미국은 중국을 상대로 벌인 무역전쟁에서 마무리 수순을 밟고 있는 가운데 전략적 동반 국가들을 상대로 미국에 더 유리한 새로운 무역 합의를 계속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지난 1일(미국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의제를 담은 373쪽짜리 연례 보고서를 미 의회에 제출했다.
이 보고서에서 무역대표부는 "2019년 트럼프 정부는 미국 노동자들과 기업들의 이익에 부합하도록 무역 관계 균형을 계속 재조정할 것"이라며 "행정부는 전략적 파트너 국가들과 새로운 무역합의를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일본, 유럽연합(EU), 영국과 새로운 무역협상 착수, 그리고 무역·투자 실무단을 통해 케냐와 교역 관계를 심화하는 것"이 포함된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불공정한 무역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해왔던 동맹국들을 열거하면서 올해는 이들과의 새 무역협정을 개정함으로써 미국의 이익을 지속해서 추구해나갈 것임을 공개적으로 천명한 것이다.
취임 직후부터 트럼프 정부는 한국, 캐나다 등 전통적인 동맹국들과 맺어 발효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이 미국인들의 경제적 기회를 빼앗는다며 개정 협상에 나섰다.
미 무역대표부는 이번 보고서에서 개정된 한미 FTA에 대해 "한국 시장에 대한 미국의 접근권을 확장하는 한편 과중하고 값비싼 절차에 대한 장기적 우려를 해소하는 등 미국 노동자와 기업들을 위한 중대한 결과를 달성했다"고 자평했다.
지난해 태양광 셀·모듈,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 발동, 수입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는 이들 제품을 수출하는 미국 동맹국들에 타격을 줬고 통상법 301조에 의거한 수입 자동차 조사도 한국과 독일, 일본 등 주요 동맹국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중국과 벌인 무역전쟁이 협상 타결을 위한 절차에 돌입하자 미국은 다시 동맹국 공략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말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이르면 3월 중에라도 일본을 찾아 무역협상에 돌입하겠다는 의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의 이목이 쏠린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기자회견에서 일본의 대미 수출을 가리켜 "미국에 아주 불공정한 상황"이라고 비판한 데 이어 지난 6일에도 "일본과의 무역 적자가 지나치게 크다"며 재차 압박했다.
유럽과는 라이트하이저 대표가 지난 6일 세실리아 말름스트룀 EU 통상담당 집행위원과 회동해 무역 대화를 이어 갔다.
이후 말름스트룀 집행위원은 자동차를 포함한 공산품을 주로 다루며 유럽에서 민감한 부분인 농산물은 포함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바로 전주에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농산물 없이 EU 무역협상 타결은 없다"고 말한 터라 양쪽이 치열하게 줄다리기를 벌이는 상황이 그대로 드러났다.
미국의 중동 내 최우방국 이스라엘도 트럼프 정부의 무역 포문을 피하지 못했다.
미국 무역 협상단은 이번 주 이스라엘을 찾아 양국 간 농산물 교역 협정을 '개선'하고 미국산 농산물에 대한 무역 장벽을 낮추는 것을 목표로 협상을 벌일 예정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8일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전 세계를 뒤집어놓은 미·중 무역전쟁과 달리 미 경제의 55분의 1 규모인 이스라엘과의 협상은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불공정'하다고 본다면 어떤 동맹국이라도 공격을 피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고 블룸버그는 풀이했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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