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OTT 육성·미디어사업 해외진출 포석…박정호식 공동협력 전략"
국내외서 2천억원 투자받아 초대형 콘텐츠 제작
(서울=연합뉴스) 최현석 기자 = 대표적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설립에 나선 SK텔레콤[017670]이 싱가포르 최대 통신사 싱텔과 OTT 자회사에 대한 상호투자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통신업계 등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지난달 스페인에서 열린 모바일 전시회 'MWC19'에서 싱텔(싱가포르텔레콤)과 게임·e스포츠 사업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데 이어 각사의 OTT 자회사에 상호 투자하는 것을 논의하고 있다.
SK브로드밴드와 지상파3사의 OTT '옥수수'와 '푹'(POOQ)간 결합으로 상반기에 탄생할 토종 OTT에 싱텔이 투자하고, SKT가 싱텔의 OTT '훅'(HOOQ)에 맞투자하는 방식이다.
SKT는 신설 토종 OTT에 싱텔 등 국내외 기업, 기관으로부터 2천억원을 투자받아 초대형 콘텐츠 제작에 나설 방침이다. 이는 푹의 자본금 127억원의 16배에 달한다.
이와 관련, SKT 고위관계자는 "싱텔과 상호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싱텔의 훅과 합치는 수준에 가까울 정도로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싱텔과 협력을 OTT 분야로 확대하면 유튜브, 넷플릭스의 파상 공세에 밀리고 있는 토종 OTT의 해외시장 진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훅은 싱텔이 2015년 소니픽처스, 워너브라더스와 설립한 합작회사(JV)로, 싱가포르와 필리핀, 태국, 인도, 인도네시아에서 서비스하고 있다.
박정호 SKT 사장은 반도체에 이어 OTT 등을 활용해 K콘텐츠를 우리나라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박 사장은 지난달 MWC 기자간담회에서 "싱텔은 우리가 K콘텐츠와 미디어를 하는 것을 보고 찾아왔다"며 "옥수수와 푹을 결합할 때 혼자 다 하지 않고 국내외 시장에 개방적이라는 점이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싱텔과 자회사에 맞투자하는 방식은 '박정호식 공동협력 전략'의 하나로 풀이된다.
앞서 박 사장은 2017년 7월 SM엔터테인먼트와 콘텐츠 사업에 협력하기 위해 상호 계열사 지분을 인수했다.
이를 통해 SKT는 SM C&C의 2대 주주, SM엔터테인먼트는 아이리버[060570]의 2대 주주가 됐다. 아이리버는 SM 계열사인 SM모바일커뮤니케이션즈와 SM 라이프 디자인을 흡수해 콘텐츠 기반 사업에 나섰고, SM C&C는 SK플래닛의 광고 사업을 인수해 수익 기반을 강화했다.
작년 10월에는 유럽 최대 통신사 도이치텔레콤과 SKT의 양자암호통신 회사 'IDQ', 도이치텔레콤 자회사 '모바일엣지엑스'(MobiledgeX)에 상호 투자키로 했다. 지난달 MWC에서는 협력을 확대해 R&D JV 설립을 검토하기로 했다.
올 1월에는 미국 최대 지상파 방송사인 '싱클레어 방송 그룹'과 JV를 설립키로 했으며 MWC에선 컴캐스트 그룹의 스포츠·엔터테인먼트 자회사인 '컴캐스트 스펙타코어'와 e스포츠 게임 공동 사업을 위한 JV 설립 협약을 체결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해외의 시장 선도기업과 전면전을 벌이는 대신 협력해 시장의 규모를 키우는 것을 글로벌 생존전략으로 보는 것 같다"며 "MOU, 상호투자 등을 거쳐 JV 설립, 합병 등으로 발전하는 방식이 인수·합병(M&A) 이후 한쪽이 빠지는 구조보다 긴밀한 협력이 가능하고 각사의 특화 역량이 결집되는 시너지 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harris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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