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5천897명 사망·5만2천명 피난 생활…피해 주민 64.3% "심신에 영향"
日정부 올림픽 계기로 '재난 극복' 전력…상처 잊지말자 '전시관' 개관
30~40년 걸린다던 후쿠시마원전 폐로, 첫걸음도 못떼…아베 정권은 "원전 재가동"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11일로 동일본대지진이 발생한지 8년째가 되지만 일본 사회가 안고 있는 상처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동일본대지진은 2011년 3월11일 오후 2시46분 발생했다. 미야기(宮城)현 오시카(牡鹿)반도 동남쪽 바다에서 발생한 리히터 규모 9.0의 지진은 도호쿠(東北) 지방을 말 그대로 쑥대밭으로 만들어놨다.
1900년 이후 세계에서 4번째로 강력한 지진인 동일본대지진은 일본인들에게 '헤이세이(平成·1989년 시작돼 올해 4월 끝나는 일본의 연호)' 시대 최대의 사건(마이니치신문 조사)으로 꼽힐 정도로 잔인한 경험이었다.
피해가 특히 컸던 것은 지진 해일(쓰나미)과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의 수소 폭발 때문이었다.
최대 20m 높이의 쓰나미가 주택과 건물을 집어삼켰고 쓰나미에 원전이 잠기며 핵연료가 녹아내리고 수소 폭발이 발생하며 방사성 물질이 대거 쏟아졌다.
◇ 8년째 이재민 5만2천명…피난생활로 인해 사망 3천701명
경찰청에 따르면 대지진은 1만5천897명(3월1일 기준)의 목숨을 앗아갔다. 8년이나 지났으면 발견됐을 법도 하지만 행방불명자도 2천533명이나 된다.
대지진으로 숨진 사람이 2011년 3월에만 나온 것은 아니었다.
지진은 멈췄지만 타향을 떠도는 피난 생활 중 건강이 악화돼 세상을 떠나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이 속출했다.
부흥청의 집계에 따르면 대지진 후 피난 생활 중 몸 상태가 악화돼 숨지거나 자살을 한 '재난관련사'는 3천701명이나 된다.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가설 주택 등에서 피난 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아직도 5만1천778명인 것으로 집계된다. 그나마 1년전에 비해 2만1천567명 줄어든 것이다.
3만1천878명이 정부나 지자체가 마련한 조립식주택·가설주택에 살고 있고, 1만9천654명이 친척이나 지인의 집에 얹혀 지내고 있다.
고통은 피난 생활 중인 사람들뿐 아니라 고향에 남은 사람들에게도 왔다.
NHK가 대지진의 직접적인 피해지역인 이와테(岩手), 미야기(宮城), 후쿠시마(福島)의 피해주민, 피난민 1천608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64.3%가 현재도 대지진으로 인한 심신의 영향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 잊기 위한 발버둥과 잊지 않겠다는 안간힘
8년 전의 참상에 대해서는 잊으려는 노력과 잊지 않으려는 노력이 함께 펼쳐지고 있다.
일본 정부는 재난 피해지역, 특히 원전 사고의 영향 아래에 있는 후쿠시마의 부흥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후쿠시마에 가서 해산물을 먹는 등 정부·여당은 후쿠시마의 풍평피해(風評被害.소문으로 인한 피해)를 없애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일본 정부는 대지진과 원전사고 피해지역의 부흥에 올림픽을 적극 활용할 계획도 갖고 있다.
야구와 소프트볼 경기의 일부를 사고 원전에서 불과 67㎞ 떨어진 후쿠시마시의 아즈마 구장에서 열 계획이며 성화 릴레이의 출발지점을 후쿠시마로 잡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지진으로 고향을 떠났던 사람들은 더딘 복구와 방사능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좀처럼 고향 땅을 밟지 않고 있다.
NHK가 대지진 직전과 지난달 1일의 인구를 비교한 결과 재해의 직격탄을 맞았던 35개 지자체 중 20곳의 인구가 10% 이상 줄어들었고, 20% 이상 감소한 곳도 7곳이나 됐다.
일본 정부는 대지진으로 끊긴 도로망을 '부흥도로' 혹은 '부흥 지원도로'라는 이름으로 잇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 목표인 550㎞ 중 66%만 개통됐다.
후쿠시마현 내에서는 원전 사고 후 오염 제거 작업 과정에서 나온 흙이 주택 뜰과 주차장 등 10만4천938곳에 방치돼 있다.
대지진의 상처를 잊지 말자는 사람들도 있다.
대표적인 피해지역 중 한 곳인 미야기현 게센누마(氣仙沼)시는 10일 대지진으로 폐허가 된 시내 한 고등학교에서 대지진의 흔적이 남아있는 물건들과 주민들의 영상 증언 들을 전시하는 '동일본 대지진 잔해 계승관'을 연다.
◇ 폐로 한걸음도 못 내디딘 후쿠시마 원전…사고 교훈 팽개친 일본
대지진의 '잔해' 중에서는 폐기하려 해도 쉽게 폐기하지 못하고 있는 애물단지도 있다. 바로 당시 수소폭발이 일어났던 후쿠시마 제1원전이다.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이 30~40년 후 완료를 목표로 폐로 작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원전의 잔해는 여전히 흉물스러운 모습으로 남아있다.
폐로에서 가장 힘든 부분은 사고 당시의 멜트다운(meltdown·노심용융)으로 녹아내린 핵물질의 잔해(데브리·debris)를 끄집어내는 일이다.
이런 데브리가 있는 원자로는 1~3호기 3곳인데, 도쿄전력은 최근에서야 겨우 이중 1곳(2호기)에 파이프 형태의 기기를 넣어 데브리에 접촉하는데 성공했다. 데브리의 상태나 양에 대한 파악도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어서 언제 데브리를 끄집어낼지 막막하다.
다른 심각한 문제는 폐로가 본격적으로 진행되지 못하는 사이 늘어가고 있는 오염수다.
원자로 건물 주변에 있는 고농도 방사성 물질에 오염된 물이 고여 있는데, 외부에서 들어온 물과 섞이며 그 양이 급격히 늘고 있다.
도쿄전력은 이를 정화한 뒤 대형 물탱크에 넣어 원전 부지에 쌓아놓고 있는데 그 양이 100만 톤(t)에 달한다.
도쿄전력과 원자력 당국은 이 오염수를 해양에 방출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지만, 이에 대해서는 후쿠시마현과 인근 주민들 등 일본 국내뿐 아니라 한국 등 해외에서도 반발도 크다.
이처럼 폐로도 제대로 못하고 있지만, 일본 정부는 원전 정책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사고 직후 당시의 민주당 정권은 '원전 제로'를 표방하며 원전 가동을 중단시켰지만, 아베 정권은 2013년 '신규제기준'을 만들어 원전 재가동 정책을 펴고 있다.
이를 통해 재가동이 결정된 사례는 8개 원전 15기나 된다. 일본 정부는 작년 '제5차 에너지 기본계획'을 통해 2030년까지 원자력이 전체 발전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기존과 같은 20~22%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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