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옛 식민지 알제리 정국불안에 '속앓이'

입력 2019-03-10 06:58   수정 2019-03-10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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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옛 식민지 알제리 정국불안에 '속앓이'
'부테플리카 알제리 대통령 장기집권 시도에 침묵한다' 비판 여론
佛 정부, 사태 주시하면서도 '내정간섭'으로 비칠까 우려해 신중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프랑스가 과거 100년 넘게 식민통치했던 알제리의 정국혼란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속앓이'를 하고 있다.
알제리의 압델라지즈 부테플리카 대통령이 장기집권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민주주의가 위협받는데도 프랑스가 침묵을 지키자 '베네수엘라 사태에 우려의 목소리를 높인 것과 비교해 너무 모순된 태도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프랑스의 저명한 국제정치학자 도미니크 무아시는 최근 일간 레제코에 기고한 칼럼에서 프랑스가 한때 알제리를 무력통치까지 해놓고 지금은 발언하는 것조차 멈칫거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알제리를 20년간 통치해온 부테플리카(82) 대통령이 5선에 도전하는 상황을 언급하고 "과거 우리는 알제리 사람들을 고려하지도 않은 채 그들에게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조처를 하려 했다면, 지금은 그들에게 분명히 해가 되는 일에 대해서도 발언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알제리계 프랑스인인 사미라(32)도 지난 8일(현지시간) AFP통신 인터뷰에서 "프랑스가 인권개념이 탄생한 나라라는 얘기를 매일 같이 들으며 살지만, 정작 프랑스는 알제리 사태와 관련해 아무 행동도 발언도 하지 않고 있다"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프랑스 정부로서는 알제리의 정국 혼란상을 예의주시하면서도 특별한 입장 표명을 하지 못하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바로 자신들이 과거 알제리를 100년 넘게 식민지배한 역사 때문이다.
알제리를 통치하던 프랑스는 2차대전 이후 들불처럼 번진 독립의 열망을 억누르다가 알제리와 전쟁까지 벌였고, 결국 1962년에야 독립을 승인했다.
이때 프랑스로 대거 건너와 뿌리내리고 사는 알제리계 프랑스인만 본토에 170만명이 넘는다.
이런 식민통치의 역사는 지금까지도 알제리와 프랑스의 관계를 규정하는 가장 큰 뿌리다.
양국은 언어와 역사, 문화를 상당 부분 공유하고 있고, 프랑스는 알제리와 경제·안보·외교적으로 긴밀한 협력관계로 엮여 있으면서 알제리에 지대한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양국의 이해관계는 역사적인 복잡한 '애증' 관계로 얽혀 있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프랑스는 알제리의 정국혼란이나 민주주의에 대해 발언하면 자칫 '구(舊) 식민 모국의 내정간섭'으로 비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 극히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역사학자 벤자맹 스토라는 프랑스가 처한 딜레마에 대해 AFP통신에 "우리가 발언하면 알제리인들이 우리를 구 식민모국의 내정간섭이라고 비난할 것이고, 발언하지 않으면 프랑스가 비민주적인 정권을 지원한다는 비난을 살 것이다. 어느 쪽이나 지뢰밭인 건 매한가지"라고 말했다.

프랑스 정부는 공개적인 입장 표명은 하지 않아도 알제리의 정국혼란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한 각료는 익명을 조건으로 "알제리 문제는 (우리에게) 진정한 이슈다. 대통령과 총리의 시간을 잡아먹고 있다. 정국불안, 안보, 난민, 경제, 알제리계 프랑스인들의 행동과 감정 등 걸려있는 문제는 부지기수"라고 말했다고 AFP가 전했다.
특히 프랑스는 알제리의 정국혼란이 극심해지면 과거 리비아의 경우처럼 정권 붕괴 후 유럽으로 유입되는 테러리즘의 온상이 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프랑스는 리비아의 카다피 정권이 무너지면서 이곳에서 흘러나온 무기들이 사하라사막 이남 사헬 지대로 반입돼 이슬람국가(IS)를 비롯한 극단주의 테러조직의 수중에 들어간 것을 경험했다.
사헬 지대의 테러집단들은 이후 유럽으로 테러리스트들을 '수출'하게 됐고, 프랑스는 직접 병력을 파견해 테러 격퇴전을 치르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프랑스는 알제리를 20년간 통치해온 부테플리카가 부패와 인권탄압 우려에도 북아프리카에서 테러리즘의 확산을 막고 상대적 안정을 유지해온 점을 높이 평가해왔다.
프랑스 정부는 또한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을 비판하면서 정작 알제리 문제에는 일언반구도 없다'는 지적에 대해선 두 나라에 대해 프랑스가 가진 '이중잣대'는 없다고 반박했다.
외무부의 장밥티스트 르무안 차관은 "베네수엘라와 알제리를 비교할 수는 없다. 베네수엘라에서는 인권 위기가 있고, 300만명의 난민이 발생했고, 마두로가 자신의 국민에게 무력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프랑스는 알제리에서 일어나는 일에 무관심하지 않지만 관여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yongl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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