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리아 클라크 인터뷰…"대너리스, 내 인생에서 가장 오래 지속된 관계"
"누드가 아닌 학대 경험이 대너리스 캐릭터 규정…많은 여성에 일어날 수 있는 일"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마지막 시즌 대본을 읽고 난 뒤 매우 두근대는 심정으로 런던 거리를 돌아다녔다. 대단한 시즌이 될 것이다. 시청자들이 매우 열광할 것으로 기대한다."
지난 2월 말 런던 템스 강변에 자리잡은 코린티아 호텔(corinthia hotel)에서 만난 배우 에밀리아 클라크(33)의 표정은 다소 상기돼 있었다.
'용엄마' 대너리스 타르가르옌의 상징과도 같은 긴 은발머리 대신 짧은 쇼커트로 나타난 그녀는 지난 8년간 '왕좌의 게임'을 촬영하면서 받았던 느낌, 자신을 둘러싼 변화 등에 대해 솔직하게 얘기를 이어갔다.
조지 R.R. 마틴의 판타지 소설 '얼음과 불의 노래'를 원작으로 한 미국 HBO의 드라마 '왕좌의 게임'은 지난 2011년 처음 방송되자마자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었다.
'왕좌의 게임'은 웨스테로스 대륙을 배경으로 7개 국가(칠왕국)가 연맹 국가의 통치권인 '철 왕좌'를 놓고 다투는 내용을 담았다.
에밀리아 클라크는 이 시리즈에서 몰락한 타르가르옌 가문 출신으로 빼앗긴 왕좌를 다시 찾기 위해 여러 세력을 규합하는 여왕 대너리스 역을 맡았다.
특히 세 마리의 용을 자유롭게 다루는 그녀를 한국에서는 '용엄마', '삼룡언니' 등의 별명으로 부르고 있다.
시즌1에서 누드신으로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던 그녀는 이후 시즌이 진행되면서 강인하고 독립적인 여왕을 연기하면서 새로운 여성 캐릭터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에밀리아 클라크는 '왕좌의 게임' 이후 영화 '터미네이터 : 제니시스', '미 비포 유' 등의 작품에 출연하면서 한국에서도 많은 팬을 확보했다.
'왕좌의 게임'은 2017년 7월 시즌7이 방영된 후 약 1년 6개월 만인 오는 4월 마지막 이야기인 시즌8로 대장정을 마무리한다.
시즌8은 1시간이 넘는 긴 분량의 6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됐는데, 회당 1천500만 달러(약 170억원), 총 제작비 9천만 달러(약 1천23억원)가 투입됐다.
한국에서는 독점방송사인 스크린( SCREEN) 채널을 통해 오는 4월 19일 최초로 공개될 예정이다.
다음은 에밀리아 클라크와 일문일답.
-- 마지막 시즌 촬영 소감은.
▲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격정적이었고 매우 드라마틱했다. 완전히 흥분되는 경험이었다. 촬영할 때마다 '그래, 이제 마지막이야, 이 장소, 이 스튜디오, 이 방, 이 사람들까지도'라고 생각하고는 했다. 매우 깊은 감정이었지만, 그래도 끝까지 일을 마칠 수 있었다.
-- 촬영을 마치고 나서 안도감이 들었나.
▲ 그것은 확실히 안도감과 같은 감정은 아니었다. 내 인생에서 10년을 바쳐 일한 뒤에, 너무나 깊숙이 몰두한 만큼 어떤 힘든 일이 끝났다는 안도감을 느끼기는 어려웠다.
'왕좌의 게임'과 대너리스 타르가르옌이라는 인물은 내 인생에서 가장 오래 지속된 관계다. 되돌아보면 지금이 끝내야 할 가장 빛나는 순간이라고 생각하는 마음도 조금은 있다. 사람들이 지루해질 수 있는 만큼 드라마가 영원히 계속되는 것을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어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감사하는 마음이다.
-- 마지막 시즌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
▲ 비행기에서 내릴 때 대본을 받았다. 하루 종일 집에서 차를 마시며 대본을 읽었다. 대본을 다 읽었을 때 열쇠를 챙기고는 집을 나섰고, 3시간 뒤에 다시 집에 돌아온 나를 발견했다. 대본에 쓰인 내용을 소화하는데 그만큼의 시간이 걸렸다. 매우 두근대는 심정으로, 대본 내용을 머릿속에서 정리하기 위해 정처 없이 런던 거리를 돌아다녔다. 대단한 시즌이 될 것이다.
-- 사람들이 마지막 시즌에 어떻게 반응할지 기대되나.
▲ 물론이다. 사람들은 이번 시리즈에 매우 열광할 것이다.
-- 시즌이 지날수록 촬영이 더 어렵거나 힘들진 않았나.
▲ 시즌이 진행될수록 드라마가 개인에게 요구하는 것이 더 많아졌다. 이번 마지막 시즌도 예외는 아니었다. 모든 면에서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필요로 했다.
-- 당신은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여성 중 한명이 됐다. 이같은 변화에 어떻게 적응하고 있나.
▲ 나는 정말로 평범한 사람이다. 평상시 내 삶은 놀라울 만큼 평범하다. 오랫동안 가발이나 용과 같은 것들이 없으면 사람들이 나를 잘 알아보지 못할 때도 있었다. 이것이 많은 도움이 됐다. 내가 처음 이 드라마를 시작했을 때는 매우 어렸다. 이 산업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고, 인기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알지 못했다. 여러 시즌을 끝내고 나서야 이 산업이 어떤 것인지, 여기서 내 역할이 무엇인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깨달을 수 있었던 많은 순간이 있었다.
-- 드라마 초반 시리즈에서 당신의 누드신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힘든 경험이었을 텐데.
▲ 대너리스는 노예였고, 팔렸으며, 학대를 경험했다. 여성으로서의 스토리라인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었다. 대너리스에 관한 묘사는 실제로 많은 여성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중요한 것은 그녀가 학대를 받았다는 점이다. 시즌1 이후 누드가 그녀를 나타내지는 않는다. 옷을 벗었다는 것이 아니라 학대 경험이 그녀의 캐릭터를 규정한다. 누드신은 시즌1에 있었고, 이제 우리는 마지막 시즌8을 앞두고 있다. 누드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대너리스의 캐릭터를 설명해주는 더 중요한 이야기들이 많다.
-- 시즌이 진행되면서 대너리스의 캐릭터가 어떻게 변화했나.
▲ 대너리스는 처음에는 주변 인물이 이끄는 대로 움직였다. 그러나 시즌이 계속되면서 느리지만 확실히 그녀 스스로 결정을 내리기 시작한다. 자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갔다. 그녀가 내리는 결정이 대너리스를 형성한다. '왕좌의 게임'의 중심에는 권력이 있다. 권력으로 무엇을 하는지, 권력과 어떻게 씨름하는지 말이다. 개별 캐릭터마다 권력을 원하는 제각각의 이유를 보이는데, 이것이 캐릭터를 형성한다.
-- 이제 '왕좌의 게임'이 끝나는데 어떤 연기에 도전하고 싶나.
▲ 최근에 엠마 톰슨과 함께 '라스트 크리스마스'라는 코미디를 하나 끝냈다. 매우 재밌는 이야기다. 이것 외에 나 스스로 프로듀서로서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각본을 쓰는데도 열정을 갖고 있지만 어떤 일에 자신감을 갖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pdhis95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