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고 이희정 감독·김운학 코치, 20일 전국중고선수권부터 '벤치 호흡'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부부가 나란히 감독, 코치를 맡아 같은 팀을 이끄는 모습은 종목을 막론하고 찾아보기 쉽지 않은 경우다.
그런데 국내 고등학교 핸드볼에서 부부가 나란히 감독, 코치를 맡은 팀이 나왔고, 14살 어린 아내가 감독을 맡고 남편은 코치로 팀을 이끌게 됐다.
바로 '핸드볼 도시'로 불리는 강원도 삼척의 삼척고 이희정(42) 감독과 김운학(56) 코치가 주인공이다.
이희정 감독과 김운학 코치는 20일부터 전남 무안에서 열리는 협회장배 전국중고선수권대회부터 나란히 벤치에서 팀을 지휘한다.
먼저 김운학 코치가 2016년 삼척고에 부임했고 이희정 감독은 올해부터 삼척고 지휘봉을 잡았다.
농구, 핸드볼과 같은 단체 구기 종목의 중·고교 팀은 대개 전문 경기인 출신 지도자가 코치를 맡아 아이들을 가르치고, 학교 교사가 감독으로 팀을 대표하고 행정적인 부분들을 담당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삼척고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삼척중에 체육 기간제 교사로 부임한 이희정 감독이 올해 삼척고로 자리를 옮기면서 핸드볼부를 맡게 된 것이다.
김운학 코치는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국가대표 코치를 맡았고 2011년에는 해체 위기에 놓인 용인시청 감독으로 국내 실업 핸드볼리그에 '용인시청 돌풍'을 일으켰던 명 지도자다.
이후 여자부 SK, 남자부 코로사 등의 감독을 역임했고 2016년부터 삼척고에서 젊은 선수들 양성에 힘쓰고 있다.
이 감독과 김 코치의 첫 만남은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김 코치가 휘경여중 교사로 핸드볼을 가르치고 있었고 이 감독은 당시 휘경여고 선수였다.
이 감독은 "제가 휘경여고를 졸업하고 실업 KCC에 입단했을 때 선생님(김운학 코치)은 동성제약 코치, 감독을 하셨다"며 "그때는 다른 팀 감독, 다른 팀 선수였던 셈"이라며 웃어 보였다.
휘경여고, KCC를 거쳐 일본 실업팀 다테야마에서 선수로 활약한 이 감독은 1998년 은퇴했고 이후 천안여중, 인하여중, 삼척중 등에서 선수들을 가르치다가 올해 처음으로 고등학교 팀에 부임했다.
2002년 결혼한 이 감독과 김 코치는 강원도 삼척에서 한솥밥을 먹게 됐지만 정작 두 자녀는 각각 전라도와 경상도에 떨어져 지내는 '이산가족'이기도 하다.
아들 환희 군은 전북 군산동고, 딸 세희 양은 경북 청송초등학교에서 나란히 배드민턴 선수의 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김 코치에게 '가족사진'을 부탁하자 "워낙 애들이 전라도, 경상도에 떨어져 있고 우리는 강원도에 있어서…"라고 난감해했다.
20일부터 열리는 중고선수권에서 처음 벤치를 함께 보게 된 이들의 역할 분담은 어떻게 될까.
일반적인 학교 팀들은 전문 경기인 출신 코치가 경기를 지휘하고 학교 교사인 감독은 일반 성인 팀의 총감독이나 고문과 같은 역할을 맡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감독은 "아무래도 선생님이 전적으로 맡아서 하시겠지만…"이라면서도 "저도 성격이 있다 보니 잘 모르겠다"고 여운을 남겼다.
김 코치는 "우리는 서로 존댓말을 쓴다"며 '14살 차이이신데 댁에서도 존댓말을 쓰신다는 말이냐'는 추궁에도 "서로 부부 사이에 존중하는 건데 좋죠, 뭐"라고 답했다.
지난해 삼척고를 고교 코리아리그 우승으로 이끌었던 김 코치는 "올해 선수층이 다소 얇아져서 전국대회 4강을 목표로 한다"고 '이희정 감독님'과 함께 시작하는 시즌 목표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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