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미군 기지 부근 안가에 장기 은신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아프가니스탄의 이슬람 극단주의 정치, 군사조직 탈레반을 창설한 최고지도자 물라 무하마르 오마르가 지난 2013년 사망할 때까지 아프간 남부 지역에 은신해 있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새로운 조사결과를 인용해 10일 보도했다.
새로운 조사결과는 오마르가 사망할 때까지 인접 파키스탄에 은신하고 있었다는 미 당국의 기존 입장과 상반하는 것이다.
미국의 초당적 싱크탱크 '뉴 아메리카' 산하 '조미아(Zomia) 센터'가 공개한 새로운 조사보고서는 오마르가 아프간에서 보낸 마지막 수년간을 상세하게 밝히고 있다.
오마르는 은신처에 경호원 자바르 오마리와 함께 있었고 수개월마다 메신저가 그의 거처와 탈레반 정책 결정기구가 있는 파키스탄 퀘타를 왕래했다고 조사보고서는 밝혔다.
미중앙정보국(CIA)을 비롯한 미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는 그동안 오마르가 9/11 테러 이후 미군의 아프간 공격이 이어지자 인접 파키스탄으로 도주해 그곳에서 사망했다는 것이었다.
새 조사보고서는 아프간 전·현직 관리와 아프간 정보국, 오마르 사망 시까지 그와 함께 한 경호원 오마리 등 지금까지 접근할 수 없었던 출처들과의 인터뷰를 토대로 작성한 것이다.
탈레반은 지난 2015년 아프간 정보국이 공개할 때까지 오마르의 죽음을 숨겨왔다.
조사보고서 저자인 네덜란드 언론인 베테 담은 미국이 그동안 아프간 전쟁과 관련해 제시해 온 가장 중대한 주장 가운데 하나가 잘못됐고 아프간 탈레반 활동에 대한 '우리들의 무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오마르는 지난 2001년 말 탈레반의 일상 작전권을 물라 오바이둘라 전 국방장관에게 인계하고 칸다하르를 탈출, 남부 자불주로 도피했으며 주도 칼라트에 있는 그의 운전사 집에서 수년간을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오마르는 파키스탄에 있는 탈레반 고위간부들이 파키스탄 당국에 의해 연금상태에 있었던 만큼 파키스탄을 불신하고 있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경호원 오마리에 따르면 당시 미군 특수부대가 그가 은신해 있던 집을 한 차례 수색한 바 있으나 그가 숨어있던 비밀방을 찾아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오마르는 미군이 자신의 안가로부터 불과 수분 거리에 기지를 구축하자 보다 외지로 거처를 옮겼으나 두 번째 안가도 울버린 전진작전기지(FOB)라는 명칭의 미군기지로부터 불과 수 마일 거리였다고 경호원 오마리는 밝혔다.
또 당시 아프간 정보국은 여러 차례 오마르의 운전사를 심문하려 했으나 지역유지들이 오마르를 보호하고 나서면서 실패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오마르는 2013년 병이 들었으나 의사나 인접 파키스탄 병원 방문을 거부했으며 결국 자불주에서 사망한 것으로 오마리는 전했다.
탈레반 지도부는 당시 오바마 미 행정부가 아프간 철군을 준비하고 있던 상황에서 오마르 사망을 비밀로 하기로 합의했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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