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 조선학교 습격' 10주년 기념한다며 우익들 시위
혐한반대 시민들 '카운터 시위' 맞불…"제재법 강화돼야"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조선인은 한반도로 바로 돌아가라."
봄철 성수기를 맞아 관광객들로 북적인 지난 9일 교토(京都) 기온(祇園) 한복판.
확성기를 든 남성들이 노골적인 혐한(嫌韓)의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특정 집단에 대한 공개적 차별·혐오 발언)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이날 혐한 시위를 벌인 사람들의 수는 4명으로, 주위에는 200여명의 경찰들이 이들을 '보호'하듯 에워쌌다.
한국 관광객들도 자주 찾는 교토 한복판에서 혐한 시위를 한 것도 문제지만, 더 심각한 것은 이날 집회의 '목적'이었다.
혐한 시위자들이 내 건 집회의 이름은 '칸진바시(歡進橋) 아동공원 탈환 10주년 기념 데모'.
10년 전인 2009년 '재일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시민의 모임(이하 재특회)'라는 이름의 극우 단체가 교토 조선제1초급학교 앞 칸진바시 공원에서 등하교길 어린 학생들을 상대로 혐한 시위를 벌였는데, 이를 기념하기 위한 집회인 것이다.
당시 극우들의 '욕설 테러'는 일본 사회에 큰 반향을 낳았다.
아이들을 상대로 "조선학교를 일본에서 때려 쫓아내자", "스파이의 어린이들", "김치 냄새가 난다"는 등의 비열한 폭언을 퍼부은 사실이 알려지자 일본 각지는 물론 한국에서도 아이들을 격려하고 위로하는 편지가 쏟아졌다.
이와 관련해 일본 최고재판소(대법원)는 2014년 1천200만엔(약 1억2천300만원)의 손해 배상을 명령하는 판결을 확정했지만, 한편으로 이 '사건'은 이후 일본 우익들의 혐한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시작점이 되기도 했다.
이번 혐한 집회를 주도한 인물은 자신의 블로그에 "최근 북한은 뻔뻔하게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에서 경제 제재를 풀라고 읍소하고 있다. 지금이야 말로 일본 국민이 일치단결할 때다"라면서 "올해 10주년을 맞자 집회를 수차례 행할 것이다. 이번 집회는 그 1탄이다"라고 적었다.
다행히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인터넷상에 혐한 집회 소식이 퍼지면서 150명의 '카운터(혐한반대)' 시위자들이 몰려와 항의했고 이로 인해 우익들의 목소리는 묻혔지만, 양측이 얽히면서 주변이 소란스러워지기도 했다.
집회 현장을 목격한 곽진웅 코리아NGO센터 대표는 "우익들이 교토의 조선초급학교에 몰려와 시위를 해 사회적 이슈가 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우익들은 법의 보호를 받으며 집회를 하고 있다"며 "현장에서 왜 불법 시위를 보호하느냐고 경찰에 항의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10년 사이 헤이트스피치를 불법으로 규정하는 법이 생기기도 했지만, 여전히 헤이트스피치에 대한 금지 조항이나 벌칙 규정이 없어서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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