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물림 20명중 1명 '중상'…"친척·이웃 개가 더 위험"

입력 2019-03-12 06:03  

개물림 20명중 1명 '중상'…"친척·이웃 개가 더 위험"
서울대병원, 9천966명 사고 분석결과…"낮이 긴 4~9월 사고 집중"
응급실 가면 평균 8일 입원…어린이는 '목·머리' 공격 많아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개에 물린 사람 20명 중 1명꼴로 입원과 수술이 필요한 정도의 '중상'을 입는다는 분석이 나왔다.
더욱이 이 같은 위험은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낯선 개보다 친척이나 친구·이웃의 개에 물렸을 때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나 주의가 요구된다.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박중완·김도균 교수팀은 2011∼2016년 사이 개에 물리는 사고로 전국 병원 응급실을 찾아 치료받은 9천966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20명 중 1명꼴인 4.9%가 중상 환자로 분류됐다고 12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내 개 물림 환자의 임상적 특징을 처음 분석한 것으로, 국제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 최근호에 발표됐다.

논문을 보면 인구 1천명당 개에 물려 응급실을 찾은 환자는 2011년 5.6명에서 2016년 7.6명으로 5년 새 2명이나 늘었다.
연령대별 1천명당 환자 수는 학령기 아동(7∼12세)이 9.0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성인 7.2명, 10대(13∼18세) 5.9명, 미취학 아동(4∼6세) 5.1명, 영아(1세 미만) 3.1명, 유아(1∼3세) 3.0명 순이었다.
성별로는 여성 환자(54.6%)가 대체로 많았지만, 12세 이하만 보면 남아가 여아를 앞섰다.
개에 물린 신체 부위는 팔(33.3%), 머리·목(21.9%), 다리(15.7%), 여러 곳(3.2%), 몸통(0.9%) 순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어린이의 경우 상대적으로 더 치명적인 머리와 목이 가장 많이 물리는 부위였다.
개 물림 사고에 따른 입원율은 3.7%였는데, 평균 입원 기간은 8일이었다. 또 전체 환자의 2.3%(224명)가 수술 치료를 받았으며, 이 중 유아의 수술률이 다른 연령대보다 높은 2.8%를 보였다.
이번 분석에서는 총 3명이 개에 물려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사망자는 각각 93세, 79세, 73세로 모두 70세 이상의 고령이었다.
개 물림 사고의 72.3%는 집에서 발생했다. 또 전체적으로는 실외보다 실내(60.5%)에서 개에 물리는 경우가 많았지만, 미취학 아동은 실외(48.7%) 비율이 유독 높았다.

사람을 문 개의 소유자가 파악된 사례 중에는 가족(31.6%)이 가장 많았으며, 이어 낯선 사람(8.5%), 이웃·친구(5%), 친척(0.8%) 등의 순이었다. 다만, 미취학 아동과 학령기 아동의 경우는 다른 연령대에 견줘 낯선 사람의 비율이 각각 11.9%, 10.9%로 높은 편이었다.
계절적으로 보면, 개 물림 사고는 낮이 길어져 활동량이 늘어나는 4∼9월(55.6%)에 더 많았는데, 이 중에서도 5월과 9월에 환자 수가 최대치를 기록했다.
연구팀은 이런 분석을 기초로 60대 이상 고령자가 개에 물렸을 때 중상을 입을 위험이 60세 미만 성인(19∼59세)의 2.7배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또 본인의 개가 아닌 친척, 친구·이웃의 개에 물렸을 때 중상을 입을 위험도는 각각 2.4배, 1.7배 높다는 분석을 내놨다.
박중완 교수는 "친척이나 이웃, 친구 등이 소유한 개에 물리는 사고가 더 위험한 건 개와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경계심도 덜해졌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사람이 친해졌다고 느끼는 것과 달리 개의 측면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박 교수는 "만약 개에 물렸다면 작은 상처라고 해도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는 만큼 가까운 병원이나 응급실을 찾아 상처에 대해 정확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면서 "국가 차원에서도 개 물림 사고에 대한 세밀한 분석결과를 기초로 예방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bi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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