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법정 선 전두환 '변명과 뻔뻔함에'…억장 무너진 광주시민

입력 2019-03-11 18:33   수정 2019-03-11 19:54

광주법정 선 전두환 '변명과 뻔뻔함에'…억장 무너진 광주시민


(광주=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 전두환 전 대통령의 진심 어린 사과를 바랐던 광주시민들은 무죄를 주장하는 전씨 측의 법정 태도에 분노했다.
11일 오후 2시 30분부터 광주지법 형사법정 201호에서 시작된 전 씨의 사자명예훼손 혐의 재판에는 시민 50여명이 방청을 하기 위해 미리 자리를 잡고 있었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정숙함을 유지하고 있던 이들이 폭발한 것은 전씨의 변호인이 전 씨의 입장을 대변하는 진술을 마친 다음이었다.
방청객 중 60대로 보이는 한 남성이 "재판장님 한마디 해도 되겠습니까"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는 "변호인이 완전히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반복해서 소리치다 법원 관계자들에게 제지당했다.
이에 재판장은 "변호인은 피고인을 위해 대신 입장을 말하는 사람"이라며 "변호인이 말했다고 해서 재판 (결과)에 그대로 반영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후 재판은 별다른 문제 없이 마무리되는 듯 했지만, 퇴정을 위해 전씨가 피고인석에서 일어나자 일부 방청객들이 "전두환 살인마"라며 고함을 쳤다.
이러한 소식을 법정 밖에서 전해 들은 시민들은 분노에 차 전씨가 타고 돌아갈 것으로 예상되는 차량을 에워싸기 시작했다.

전씨가 차를 타기 위해 법원 건물 밖으로 나오자 시민들은 들고 있던 우산이나 생수병 등을 던지며 분노를 표현했다.
차량이 경찰 경호를 받으며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하자 일부는 "지나가려면 나를 밟고 가라"며 도로에 드러눕기도 했다.
경호 인력과 시민들이 뒤섞이면서 차량이 거북이걸음으로 움직이는 사이 경호를 뚫고 들어온 시민들은 전씨가 타고 있는 차를 손바닥으로 세차게 두드리며 거센 발언을 쏟아냈다.
전씨를 태운 차량은 항의하는 시민들에게 20여분간 가로막혀 있다가 도망치듯 자리를 피했다.
차량이 떠난 자리에는 분통해 하며 울음을 터트리는 5·18 피해 유가족도 눈에 띄었다.
자리에 주저앉은 60대 한 여성은 "광주까지 와서 뻔뻔스럽게 변명만 하다 가는 전씨에 대해 분노를 넘어 억장이 무너진다"고 말했다.
전씨가 탄 차량이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던 김일수(42)씨는 "가능성은 없었지만, 전씨가 내심 사죄를 했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며 "그런데 오늘 법정에서 있었던 말을 들어보니 괜한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정말 용서할 수 없는 인간"이라고 씁쓸해했다.


23년 만에 광주법정 선 전두환, 시민 항의 속 광주 떠나 / 연합뉴스 (Yonhapnews)

in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