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번엔 실무협상 대표 비건 내세워 '빅딜 전제 대화' 촉구

입력 2019-03-12 04:23  

美, 이번엔 실무협상 대표 비건 내세워 '빅딜 전제 대화' 촉구
2차회담 이후 비건 첫 공개석상…美정부 내 일치된 입장 재확인
비건, 생화학무기 제거에도 비중…볼턴 인터뷰와 상당부분 유사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미국 정부가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를 내세워 북한에 대화와 압박의 양면 메시지를 재차 발신했다.
비건 특별대표는 11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카네기국제평화기금이 주최한 핵정책 콘퍼런스 좌담회에 참석해 대북협상에 관한 미국 정부의 입장을 밝혔다.
북한의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복구 움직임 속에도 대화의 문이 열려있음을 거듭 강조하는 한편 실무협상을 주도한 비건 대표 역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접근에 완전히 동의하고 있음을 강조해 북측에 '빅딜' 수용을 압박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로 끝난 뒤 비건 대표가 공개석상에서 대북 발언을 한 것은 이날 좌담회가 처음이다.
비건 대표는 지난 5일 상원 외교위원회에 2차 북미정상회담 관련 브리핑을 하기는 했지만 비공개로 진행됐고 취재진의 질의에도 답을 하지 않았다.
그 사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잇단 방송 인터뷰를 통해 핵무기를 포함한 대량살상무기(WMD) 및 미사일 프로그램의 제거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빅딜'을 내세우며 북한에 빅딜 수용을 토대로 한 대화를 촉구했다.
비건 대표의 좌담회 속 답변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는 북한이 협상 테이블에 올리기를 꺼리는 생화학무기까지 포함해 모든 WMD의 제거를 요구하면서 미국 정부가 점진적 접근을 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최근 미 고위당국자가 브리핑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에서 누구도 단계적 접근을 하지 않는다'고 했던 언급을 비건 대표가 민간 싱크탱크인 카네기국제평화기금의 핵정책 콘퍼런스라는 행사 무대를 빌려 실제로 확인한 셈이다.
비건 대표는 "외교는 여전히 아주 살아있다(very much alive)"면서 "우리(미국)는 관여를 유지하고 있고 문은 열려있다"고 밝혀 동창리발(發) 논란의 와중에도 협상의 맥을 이어갈 뜻을 거듭 밝혔다.
동창리 발사장 복구 움직임과 관련해서도 미국이 심각하게 여기며 들여다보고 있다면서도 북한이 어떤 메시지를 보내고 싶은 것인지 모르겠다며 논란 확산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시험발사를 한다면 매우 실망할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환기하며 미사일 시험발사든 위성을 탑재한 로켓의 발사든 북미협상을 지속하는 데 '생산적 조치'가 되지 못할 것이라는 간접적 경고도 빠뜨리지 않았다.
북한에 대화의 문을 열어두기는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빅딜 접근을 받아들인다는 전제하에서 대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향후 협상의 최전선에 설 비건 대표까지 분명히 한 셈이다.
특히 비건 대표는 미국 정부가 요구하는 모든 WMD의 제거에 생화학무기가 포함된다는 점을 재확인하면서 "핵무기 위협을 제거하면서 생화학무기의 존재를 인정한다는 건 말이 되지 않고 이는 우리(미국)와 (북한의) 인접국에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부연했다.
안보리 결의에도 핵무기와 함께 생화학무기가 적시돼 있다는 설명도 덧붙여 생화학무기가 비핵화 협상 테이블에서 갖는 무게감을 강조했다. 이는 애초부터 미국 정부가 염두에 둔 비핵화에 생화학무기까지 포함돼 있었다는 볼턴 보좌관의 주장과 맥을 같이 한다.
비건 대표까지 나서서 트럼프 행정부 내 일치된 빅딜 접근을 강조하는 상황에 북한은 향후 대응을 위한 숙고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이나 위성 발사로 대응할 경우 북미협상의 토대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 역시 북한도 배제하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nar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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