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당국자들 입에 다시 오른 92년 한반도비핵화선언

입력 2019-03-12 07:30  

美당국자들 입에 다시 오른 92년 한반도비핵화선언
볼턴·비건 잇따라 공개 언급…트럼프 '빅딜' 접근 속 주목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경제적 보상을 대가로 대북 '빅딜' 접근을 거듭 강조하는 가운데 핵심 당국자들이 1992년 한반도비핵화선언을 잇달아 거론하고 있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11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카네기국제평화기금이 주최한 국제핵정책 콘퍼런스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의 대응에 대해 문답하다가 1992년 한반도비핵화선언을 언급했다.
그는 "지난 25년간의 대북 외교가 정치적 이견 속에 수렁에 빠졌고 꽤 비참한 성과가 났다"고 지적한 뒤 "그러나 1994년, 정말로는 1992년 남북이 한반도에서 핵무기를 추구하지 않기로 하면서 시작된 성과를 부인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전날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생화학무기를 포함한 대량살상무기(WMD) 제거와 탄도미사일 폐기가 필요하다고 말하다 '북한이 서명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진행자의 반문에 "북한은 1992년 남북 비핵화합의에서 그런 요소들에 서명했다"고 답했다.
볼턴 보좌관은 1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지난해 4월 말과 5월 초에도 한반도비핵화선언을 언급했었다.
당시 카다피 정권의 종말로 이어진 리비아 모델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거침없이 밝히던 그는 한반도비핵화선언을 '도움이 되는 선례'로 거론하며 "이 합의는 북한이 핵무기의 모든 측면을 포기하고 우라늄 농축과 플루토늄 재처리를 포기하겠다고 약속하게 했다"고 평가했다.



그런 볼턴 보좌관이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다시 한반도비핵화선언을 언급한 데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빅딜' 접근이 핵무기에 있어서는 한반도비핵화선언이 망라하는 비핵화의 범위와 유사하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이런 점에서 비건 대표의 이날 언급은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이같은 판단이 공유되고 있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1992년 남북이 합의한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은 핵무기의 시험과 제조, 생산, 접수, 보유, 저장, 배비, 사용을 금하고 있다. 남북이 핵에너지를 평화적 목적으로만 사용하고 우라늄농축시설과 핵 재처리 시설을 보유하지 않는다는 약속도 포함됐다.
비핵화 검증을 위해 상대측이 선정하고 쌍방이 합의하는 대상에 대해 사찰을 실시하는 조항도 들어가는 등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획기적 합의로 평가받았으나 북한의 핵 개발로 사실상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nar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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