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수석대변인' 발언에 격분…내일 본회의 후 윤리위 제소키로
이해찬 "냉전 기생세력 민낯"…홍영표 "더는 용납 못 해"
"나치보다 심해", "# 도핑검사 시급"…일각선 "차분한 대응 필요" 주문도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설승은 기자 = 더불어민주당은 12일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달라"고 말한 데 대해 격분했다.
민주당은 이날 연설 직후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나 원내대표를 강도 높게 규탄하고, 사과하지 않으면 그를 야당 원내대표로 인정할 수 없다며 사퇴를 촉구했다.
민주당은 또 13일 국회 본회의 직후 나 원내대표를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하기로 했다.
이해찬 대표는 의총에서 "나 원내대표가 김정은 수석대변인 발언을 하는 것을 보고 정치적으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대한민국 국가원수에 대한 모독죄"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당에서는 즉각 법률 검토를 해서 국회 윤리위에 제소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대책을 잘 세워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냉전 체제에 기생하는 정치 세력의 민낯을 보는 것 같았다"며 "저런 망언을 하는 사람들이 집권하는 일은 다시는 없을 것이다. 자기들이 정권을 빼앗긴 이유를 아직도 모르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이런 식으로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들고 국론을 분열시키는 데 대해 저희가 명확히 책임을 묻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모욕 발언을 금지한 국회법 146조에 의거해 오늘 발언을 윤리위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조정식 정책위의장은 "나 원내대표는 즉각 발언을 취소하고 사과해야 한다. 국회 협상은 무의미하다"며 "그렇지 않으면 나 원내대표를 원내대표로 인정할 수 없다. 원내대표를 사퇴하십시오"라고 요구했다.
"남은 20대 국회에서 의정활동을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박주민 최고위원), "태극기 부대 수준의 망언"(설훈 최고위원) 등의 규탄 발언은 계속 이어졌다.
이해찬 "나경원, 국가원수 모독죄…국회 윤리위 회부" / 연합뉴스 (Yonhapnews)
이인영 의원은 "문 대통령을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으로 매도하는 것은 2차 세계대전 때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을 학대한 나치보다 더 심하다는 생각"이라며 "정권 교체에 대한 불복이기도 하고, 민주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의총이 끝난 뒤에도 나 원내대표를 향해 종일 분통을 터뜨렸다.
박홍근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나 원내대표는 신성한 국회 본회의장을 태극기 부대 집회로 안 모양"이라며 "한국당 의원들은 자신의 대표를 일베 방장쯤으로 여기고 뽑았다는 게 확인되는 시간이었다"고 독설했다.
정청래 전 의원은 당 공식 유튜브 채널 '씀'에 출연해 "문 대통령을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고 했을 때 그러면 나 원내대표는 일본 아베 수석대변인이냐 하면 한국당이 뭐라고 하겠나"라며 "'나경원은 원래 그러나베' 이런 말도 하더라"라고 말했다.
이에 민병두 의원은 "한국당은 가만히 있을 것"이라며 "나베 스타일이라고 국민적 공감대가 있다. 아베지향적이라고…"라고 맞장구를 쳤다.
정 전 의원은 나 원내대표를 향해 "그의 '머리 빔'에 경악한다"며 "작명을 한다면 나경원 망언이다. 나베 망언이라고 할까"라고 말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나 원내대표를 가리켜 '# 품위없는그녀 # 도핑검사시급'이라는 해시태그를 달았다.
다만 민주당 일각에서는 차분한 대응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자를 결집하려는 나 원내대표의 전략적 의도에 말려서는 안 된다는 우려다.
한 중진 의원은 연합뉴스 통화에서 "여당도 분노할 때는 분노해야 한다"면서도 "다만 차분한 대응이 필요하다. 국회를 원만하게 이끌어서 민생 현안을 해결하려는 노력에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상황 관리를 잘 해야 한다"고 말했다.
han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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